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중국을 "중요한 무역상대국이자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나라"로 규정하고,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K팝, K드라마, K무비, K뷰티, K푸드 등 한국 문화의 열풍을 문화산업 발전과 좋은 일자리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언급해 화장품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우선 3분기부터 중국 단체관광객의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국이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대한 상호적 조치로, 중추절 등 명절 시즌을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가 기대된다.
국내 화장품 업계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와 이전 정권에서의 한·중 관계 악화로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정권 교체로 분위기가 전환되면 보다 유연하게 중국 시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사드와 코로나19를 거치며 중국 내 시장 환경도 급변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애국소비가 확산되며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고, 현지 업체들은 한국 ODM 제조사를 통해 품질을 높이며 경쟁력을 키웠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경쟁이 치열해진 중저가 제품군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럭셔리 브랜드 '더후'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숨'이나 '오휘'도 실적이 좋았지만 중저가 시장이 위축되며 '더후'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재작년부터 리브랜딩을 거친 '더후'는 아시아 여성의 피부 연구를 기반으로 한 천기단 라인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상하이에서 '더후 비전 하우스' 행사를 열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현지 뷰티·패션·유통 관계자들과의 교류도 활발히 진행했다.
애경산업은 ‘에이지투웨니스’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에이지투웨니스는 1년 반 전부터 럭셔리 라인을 강화해왔으며, 앞으로도 중국 주력 브랜드로 밀고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배우 옌안을 모델로 기용하며 현지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영업 채널 다변화도 병행 중으로, 지난 3월에는 중국 MCN 기업 신쉔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인플루언서 마케팅 확대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리미엄 브랜드 '설화수'를 앞세워 고소득층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하이엔드 브랜드 'AP BEAUTY'를 론칭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구조를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지 전용 상품을 강화하고, 중국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아모레퍼시픽은 2025년을 기점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라며 “핵심은 중국 사업의 흑자 전환과 글로벌 시장 확대”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고정비를 절감하고, 선택적 마케팅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중국 내 사업을 안정화시키고 있다”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