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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진화 중인 K-뷰티… 기업마다 집중 분야는 조금씩 달라

아모레퍼시픽 '헤라'가 커스텀매치 서비스에 블랙 쿠션을 신규 도입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이미지 확대보기
아모레퍼시픽 '헤라'가 커스텀매치 서비스에 블랙 쿠션을 신규 도입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AI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주요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한국형 챗GPT를 만들어 전 국민이 무료로 쓰게 하겠다”며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제안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AI 펀드 조성과 규제 개선을 통해 산업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법은 달라도 AI를 육성하겠다는 방향은 같다.
정치권이 AI에 주목하기 전부터 국내 주요 K-뷰티 기업들은 이미 관련 기술을 뷰티 산업에 접목해왔다. AI로 개인의 피부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제안하거나 화장품 성분 개발 속도를 단축하는 식이다. 다만 기업별로 집중하는 분야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제품 연구·개발에 무게를 두는 곳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초개인화 뷰티 경험 정조준


아모레퍼시픽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고객 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다. 핵심은 초개인화된 뷰티 경험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아모레성수’ 매장에서 운영 중인 ‘헤라 커스텀매치’다. AI와 색채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 피부에 맞춘 파운데이션과 립, 쿠션 제품을 현장에서 제조해준다.

2023년 파운데이션으로 시작된 서비스는 립 제품을 거쳐 최근에는 쿠션 제품까지 확대됐다. 특히 새로 선보인 ‘블랙 쿠션 커스텀 매치’는 130가지 색상 옵션을 제공하며 기존 파운데이션 역시 색상을 205가지로 한층 더 세분화했다. 두 제품을 합치면 최대 335가지 색상에서 선택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맞춤형 제품 제공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서비스 확장은 높은 고객 호응도에서 비롯됐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서비스는 예약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수준이며 외국인 고객 비율도 높은 편이다. 올해 기준 누적 방문자의 약 85%가 외국인으로, 일본과 미국 고객의 반응이 특히 뜨겁다.

지난 23일에는 생성형 AI 기반 상담 서비스 ‘아모레챗’도 출시했다. 사용자의 뷰티 고민을 파악해 제품을 비교·추천해주고 후기를 요약하거나 배송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초개인화 뷰티 시장이 아직 크지 않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AI 기반 성분 개발도 내부적으로 함께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원료 개발과 피부 진단 솔루션 강화


LG생활건강은 AI를 제품 원료 개발과 고객 진단 서비스 양쪽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LG AI연구원과 협력해 AI 모델 ‘엑사원 디스커버리(EXAONE Discovery)’를 활용한 신소재 발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을 통해 후보물질 선정기간을 기존보다 약 2년 가까이 단축시켜 하루 만에 화장품 효능 소재 후보를 찾아냈다.
발굴된 소재는 향후 고기능성 원료로 고도화해 내년부터 프리미엄 브랜드 ‘더후’에 적용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AI 기반 혁신 제품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최근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AI 피부 진단 솔루션도 선보였다. ‘AWS 서밋 서울 2025’에서 공개된 이 기술은 얼굴 사진 한 장으로 16가지 피부 유형을 판별하고 적절한 스킨케어 제품과 솔루션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AWS는 미국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자회사로, 생성형 AI 모델 개발을 위한 플랫폼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 등을 제공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고객 경험의 정교함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맥스 R&I센터 연구원들이 조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코스맥스이미지 확대보기
코스맥스 R&I센터 연구원들이 조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코스맥스


ODM 기업, 연구개발 속도 높이기에 집중


맞춤형 서비스보다는 제품 개발에 치중하는 곳들도 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대표적인 ODM(제조업자 개발 생산) 기업은 AI를 활용해 신제품 개발 및 성분 연구의 속도와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에 빠르게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ODM 기업의 비즈니스 특성 때문이다.

이에 코스맥스는 2021년 판교 R&I센터에 ‘CAI(COSMAX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AI 기반 연구를 본격화했다. 화장품의 질감, 색조, 피부 톤처럼 주관적인 요소를 수치화하는 기술을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조색 AI 시스템’은 작년 도입 이후 전체 제품 중 약 20%에 적용됐으며 올해는 비율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작년에는 뷰티 AI 스타트업 아트랩을 인수하며 AI 조직을 확대했다.

한국콜마는 최근 AI를 활용해 노화 방지 소재 ‘PTPD-12’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포 내 노폐물과 낡은 단백질을 제거하는 자가포식(autophagy) 기능을 활성화하는 펩타이드 성분이다. 수만 개의 후보군 가운데 AI가 10개를 먼저 추렸고 이 중 민감성 피부에 효과가 입증된 성분을 최종 선정했다. 덕분에 개발 기간은 기존 1년에서 약 3개월로 대폭 단축됐다. 해당 연구는 임스코팜과의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 기업도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시도는 병행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피부 진단과 설문을 기반으로 맞춤형 스킨케어 제품을 추천·제조하는 ‘쓰리와우(3WOW)’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 1월 AI 기반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진단 플랫폼 ‘카이옴(KAIOM)’을 선보였다. ‘화장품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코스모팩·코스모프로프 어워드’에서 수상도 했다.

다만 현재로선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며 데이터를 축적하는 단계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맞춤형 화장품이 시장의 주류가 되기보다는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큰 비중을 두기보다는 고객사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ODM 기업 특성상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맞춤형 화장품 출시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맞춤형 화장품의 전망은 밝지만 아직 수익성을 내는 구조는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AI 기반 기술 개발 및 생산 구조 혁신이 먼저 이뤄져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는 K-뷰티의 경쟁력


K-뷰티는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며 차세대 수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102억 달러(약 14조8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AI 기술의 활용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더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는 글로벌 뷰티테크 시장 규모가 2023년 591억 달러(약 81조원)에서 2028년 1161억 달러(약 16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만 14%에 달한다.

AI는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닌 K-뷰티 산업 전반에 이미 스며든 현재의 경쟁력이다. 기업마다 각자의 전략으로 AI를 도입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AI가 한국 뷰티 산업에 어떤 혁신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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