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 (UFLPA) 적용 대상 품목을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자동차 부품 분야로 대폭 확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1년 전부터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무슬림계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노동 의혹과 관련한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했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지금까지는 주로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서 생산된 태양열 패널, 토마토, 목화와 의류 등이었으나 이를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확대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미국이 중국산 리튬 이온 배터리, 타이어, 자동차 부품 원자재인 알루미늄과 철강 등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정부 문서를 통해 확인했다고 로이터가 밝혔다. 이 통신에 따르면 미국관세국경보호청(CBP)는 미국 내 자동차 공장에서 사용하는 부품 원자재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했고, 이들 품목이 신장 자치구에서 생산되지 않았다는 점을 수입업체가 증명하도록 했다.
올해 4~6월 사이에 업데이트한 CPB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세관 당국이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타이어, 알루미늄, 철강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CPB는 애초 이 법을 시행하면서 신장웨이우얼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목화, 토마토, 태양열 패널 원료인 폴리실리콘 등 3대 품목에 대한 심사에 집중했었다.
CPB는 올해 2월 이후에 이 법에 근거해 31개 자동차와 항공 관련 품목 수입을 차단했다. 또 자동차 부품 원료로 사용되는 알루미늄과 철강을 압류한 규모가 지난해에는 월평균 1백만 달러가량이었으나 최근에는 월 150만 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이 법을 지난 1년간 시행한 결과 중국산 태양열 패널 수입이 차단돼 미국의 태양열 발전 프로젝트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미국 태양열에너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 미국의 태양열 관련 시설 공사가 31%가량 줄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태양열 패널 수입을 차단한 규모가 10억 달러가 넘은 데 비하면 자동차 관련 부품과 원자재 수입 금지 규모가 크지 않다. 그렇지만, 미국 정부의 이번 조처는 자동차 업계에 경종을 울려주었다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고 전기차 생산과 태양열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 확대 적용 조처는 한국의 태양광 관련 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 쉐피드 할람 대학 내 헬렌 케네디 센터는 지난 1일 발표한 태양광 공급망의 강제 노동 실태 조사 보고서에서 한화큐셀의 공급망이 위구르족 강제 노동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한화큐셀은 이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한화큐셀은 뉴욕 타임스(NYT)에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면서 세관에 압류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리튬 이온 배터리 산업과 관련된 현지 기업 상당수가 신장웨이우얼 지역에서 원재료를 생산하거나 위구르족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리튬 이온 배터리의 75%가량을 생산한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은 50~100% 중국에서 가공된다.
이 법이 엄격하게 적용되면 중국 기업과 함께 중국에서 배터리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글로벌 기업 상당수가 미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중국 내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신장 유색금속공업집단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뿐 아니라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한국, 인도 등에 제품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소재인 니켈 양극재와 아연, 베릴륨, 코발트, 바나듐, 납, 구리, 금, 백금, 팔라듐 등 다양한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2017~2020년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644명을 고용했었다.
미국 하원은 포드 자동차와 중국 배터리 업체 CATL 간 합작 회사 설립과 관련해 CATL이 중국 신장 지역 강제 노동과 연루됐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포드는 지난 2월 중국 CATL과 협력해 미시간주에 35억 달러 규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위구르족 강제 노동을 이유로 중국 기업 2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제재 대상 기업으로 지목된 곳은 배터리 제조업체인 ‘캐멀 그룹’과 향신료 및 식품 추출물을 제조하는 ‘천광바이오테크 그룹’이다. 이번 조처로 두 기업 제품은 2일부터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지난 2021년 제정된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은 특정 회사가 자사 제품 제조 과정에서 강제 노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검증 가능한 증거를 제공하지 않으면 신장 지역에서 만들어진 모든 상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