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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택 재개발이 ‘사랑의 재개발’ 될 수 없는 이유

김하수 기자

기사입력 : 2019-12-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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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김하수 차장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송인 유재석이 트로트가수 유산슬로 변신하면서 발표한 노래 ‘사랑의 재개발’이 세간의 화제다. 달달한 노래 제목과는 달리 국내 재개발사업의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심지어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시공권 확보를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자 최근 정부는 ‘입찰 건설사 검찰 수사 의뢰’와 ‘입찰 무효화’라는 칼을 빼들었다. 입찰 건설사들이 재개발조합에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는 게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집값 안정에 반하는 행위로 봤기 때문이다.

재개발사업은 정비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접한 지역의 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국가가 구역을 지정, 시행하는 사업이다. 재개발조합은 해당지역 주민의 재산을 책임지는 한편, 공익 목적의 사업을 진행하기에 공공기관에 준하는 책임을 갖는다. 따라서 시행 주체인 재개발조합은 투명하게 사업을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사업참여 건설사와 협력업체들도 정해진 ‘룰(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국내 재개발사업은 ‘사익(私益)을 위한’ 사업으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사업 자체가 ‘돈’이 되기 때문에 조합과 조합원, 건설사, 협력업체 등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탓이다.더욱이 건설사 입장에선 재개발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한 건만 수주해도 사업 규모가 커 2~3년 농사가 끝날 정도이니 당연히 각종 비리와 범법 행위가 잇따랐다.

정부 역시 재개발사업 비리와 위법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2017년 서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전 당시 ‘정비사업 수주전 비리를 뿌리뽑겠다’고 선언했지만, 2년 가까이 흘렀음에도 제재가 진행된 사례는 없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의 ‘룰을 깬’ 영업이 한남3구역까지 이어진 것이다.

재개발조합 집행부도 '조합원의 이익 극대화'라는 미명 아래 건설사에 '과도한 옵션'을 유도하는 과욕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정부는 매번 재개발사업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으로 수술칼을 들이대지만, 비리와 위법은 반복되고 있다. 어쩌면 한남3구역의 '입찰 무효' 사태는 정부, 건설사, 재개발조합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로 발생하는 피해는 언제나 그렇듯 고스란히 선의의 다수 조합원 몫이다. 조합원들은 언제쯤 '재개발 고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까.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