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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문화 역사적 상황서 이해해야…외부 강압에 의해 안변해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33회)] ‘개장국’은 야만적?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8-02-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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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외국의 남자 선수 중 한 명이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비아냥대는 듯한 발언을 해 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샀다. 그 후 이 말이 큰 비난을 불러일으키자 해당 국가의 대표팀 감독이 부랴부랴 사과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한국 문화에 대해 매우 존경한다. 지난 3주 동안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선수는 회견장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한국 문화에 대해 존경하며 진정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외국인이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개고기 먹는 야만적인 민족’라고 비난한 것은 비단 오늘의 일은 아니다.

개장국을 먹는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물론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를 것

하지만 소비는 점차 줄어들 전망

‘개장국’에 대한 논란은 외국인들의 전용물은 아니다. 사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족’이 1000만명에 다다른 요즘, 한국에서도 개장국에 대한 찬반 논쟁은 뜨겁다. ‘개장국’에 반대하는 거센 시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식용으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고, ‘개장국’을 즐기는 사람들은 “먹기 싫으면 자기들이나 먹지 말지, 왜 나까지 못 먹게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아마도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로부터 ‘몸 보신용’이라며 개고기를 먹어왔고, 더구나 복날이면 보신탕 판매율이 늘어난다. 한방의 경전으로 취급받고 있는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온(溫)하게 하고, 양도(陽道)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하였다.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또다시 한국인의 개고기 먹는 습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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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과 식용 개는 분명히 다르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일부 한국인들의 개고기 식용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올림픽과 같이 다양한 문화를 가진 국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개고기’ 풍습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우리 나라 사람들끼리 ‘보신탕’에 대해 논쟁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자기와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이제는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문화(文化)’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하지만 편의상 문화를 ‘한 사회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활 방식’이라고 정의한다면, 한 사회나 조직원들이 함께 배우고 공통으로 가지게 되는 풍습, 도덕, 종교와 같은 것들이 문화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사회나 조직은 왜 다른 조직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게 되는 것일까?

문화는 한 사회나 조직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제일 효과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되어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국가에 속해 있다고 할지라도 생활하는 환경에 따라 다른 하위문화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나라에서도 ‘농촌문화’와 ‘어촌문화’가 다르게 형성된다. 왜냐하면 농사를 지으며 농촌에서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 고기를 잡으며 어촌에서 살아가는 방식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쉽게 예를 들면, 농촌에서는 다양한 나물류의 반찬을 먹으며 살아간다. 반면 어촌에서는 다양한 생선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다양한 나물을 먹는 농촌과 다양한 생선을 먹으며 살아가는 어촌의 삶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가? 당연히 어리석은 질문이다.

세계 문화가 다양하다는 것은 주어진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생존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각 문화는 그 문화의 독특한 환경과 역사적•사회적 상황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런 견해를 ‘문화상대주의’라고 부른다. 문화상대주의에 의하면, 각 사회나 조직의 문화는 서로 상대적인 측면들을 가지고 있으며, 문화적 가치들은 그 사회관계적 조건에 따라 각각의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그에 따라 각기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는 윤리 가치를 형성한다.

『국화와 칼』이라는 명저(名著)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Fulton Benedict, 1887-1948)는 대표적인 ‘문화상대주의’ 신봉자이다. 그녀는 조직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지를 다양한 부족들의 예를 들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한 부족은 ‘협동’을 매우 가치 있는 것으로 강조하는가 하면, 다른 부족은 ‘경쟁’을 가치 있는 것으로 본다. 협동과 경쟁 중 어느 것이 더 귀중한 가치인가? 만약 경쟁보다 협동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한다면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올림픽 대회 자체가 열릴 수가 없다. 그리고 성적에 따라 극히 소수의 선수에게만 메달을 주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보신탕’ 문화가 생겼을까? 물론 우리나라가 개고기를 먹는 유일한 나라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고기를 먹는 나라들의 공통적인 환경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7-2001)에 의하면, 서구인들이 개고기를 안 먹는 이유는 개를 애완동물로 키우기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개가 식용하기에는 비효율적인 고기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에게는 소, 양, 돼지와 같은 다른 동물성 식품이 충분하게 공급돼 굳이 개를 도살해서 섭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는 그 고기보다는 더 가치 있는 다른 서비스를 살아서 제공하기 때문이다.

'개장국' 논란 외국인 전용물 아냐

올림픽에서 '개고기' 풍습 비난은

우리끼리의 '보신탕' 논쟁과 달라

반면 육류가 부족하고, 낙농을 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생존에 필수적인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만 한다. 단백질은 탄수화물, 지방과 더불어 3대 필수 영양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발달한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돼지고기나 닭고기도 쉽게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개가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은 이유는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개장국을 먹는 것이 우리의 문화로 계속 남아있을 것인가? 개장국을 먹는지의 여부는 일차적으로 물론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문화의 한 요소로서의 개장국의 소비는 점차로 줄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낙농축산업의 발달로 구태에 개를 먹을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앞으로는 개는 고기를 제공하는 역할보다 감정적 연대를 맺는 등 살아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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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한 사회나 조직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효과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단백질 공급원의 소중한 역할을 하던 개고기 먹는 풍습도 앞으로는 바뀔 것으로 보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모든 현상에 문화 상대주의 태도를 가져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행해지는 ‘여성 할례’라든지,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 행해지는 ‘사티’와 같은 행동을 단지 고유한 문화의 일부분으로 인정해야 할지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여기서 중요한 논쟁점은 과연 모든 문화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문화 상대주의 관점은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이해하자는 것이지, 그들의 극단적 문화 현상을 변론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계속 변한다. 하지만 외부의 강압이나 윤리에 의해 변하지는 않는다. 문화의 모든 요소들은 원래의 기능이 더 이상 필요 없을 때 자연적으로 변하고 다른 요소로 대체된다. 여성 할례나 사티와 같은 제도를 행하는 지역이 줄어들고 그 빈도도 현저히 줄어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문화는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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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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