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IF 보고서 "대중국 경쟁력 강화 위해 50억 달러 혁신 패키지 시급"
글로벌 생산 비중 14%로 급감… 공급망 및 자율주행·배터리 주권 확보 총력전 제언
글로벌 생산 비중 14%로 급감… 공급망 및 자율주행·배터리 주권 확보 총력전 제언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자동차산업이 1980년대 일본 자동차 역습에 이은 '제2의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세계적인 과학기술 정책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이날 공개한 3부작 시리즈 최종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전기차(EV), 배터리,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분야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스티븐 에젤(Stephen Ezell) ITIF 글로벌 혁신 정책 부회장은 "미국 자동차 업계가 1980년대 일본의 린(Lean) 생산 방식에 적응하는 데만 10~15년이 걸려 경쟁력을 영구적으로 상실했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라며 "중국은 보조금과 거대 규모를 앞세워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의 빠르고 결단력 있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무역 적자 누적 3조 3000억 달러… 흔들리는 '제조업의 기둥'
보고서에 담긴 통계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쇠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국의 글로벌 자동차 생산 점유율은 1965년 46%에 달했으나 1990년 20%로 반토막 났고, 현재는 14.7%까지 쪼그라들었다.
미국 내 '빅3' 자동차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 또한 같은 기간 92%에서 38%로 수직 하락했다. 1963년부터 2023년까지 쌓인 자동차 무역 적자는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3조 3000억 달러(약 4928조 원)에 이른다.
자동차산업은 단순히 소비재 시장을 넘어 미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한다. 자동차 생태계는 해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5%인 1조 2000억 달러(약 1792조 원)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
4만 7000여 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매년 260억 달러(약 38조 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5600여 개의 정밀 가공·주조 전문 공급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붕괴는 국방 및 첨단 산업 전반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ITIF의 분석이다.
반면 중국의 추격은 매섭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전기차 분야에만 약 2309억 달러(약 344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동차산업 비중은 미국보다 2.6배나 높다.
'배터리샷' 등 6대 핵심 전략 제언…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ITIF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부활을 위해 정부와 의회가 추진해야 할 6대 국가 전략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산하에 '첨단 프로그램 사무국'을 신설해 50억 달러(약 7조 4675억 원) 규모의 혁신 기금을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공장 현대화를 위해 로봇 및 자동화 도입 시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을 현재의 3배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한 '배터리샷(BatteryShot) 이니셔티브' 발족과 자율주행차 보급을 위한 '자율주행법(SELF DRIVE Act)' 통과를 촉구했다.
특히 중국의 '중상주의적 경쟁'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관세를 유지하고, 비야디(BYD)나 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의 미국 내 생산 시설 설립 및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도 내놨다.
국내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이처럼 강력한 보호주의와 육성책을 동시에 들고 나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전기차 굴기를 실존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 기업들도 미국의 정책 변화와 공급망 재편 과정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에젤 부회장은 "미국이 자동차산업을 국가 권력과 직결된 전략 산업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동차와 배터리, 소프트웨어 공급망 전체를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경고했다.
이번 ITIF 보고서는 미국의 자동차산업 정책이 과거의 '자유 시장 경쟁' 논리에서 '국가 안보 및 산업 주권' 논리로 완전히 선회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원천 봉쇄와 대규모 보조금 투입은 과거 냉전 시대의 전략 자원 관리 방식을 연상시킨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이 '효율성' 중심에서 '신뢰와 안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도 미국 주도 벨류체인 참여에 대한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