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 평균 주가가 버블경제 붕괴 후 최고치(3만3753엔)를 일시적으로 웃돌았다.
미국 금리 하락을 기점으로 리스크 온(위험선호)으로 기울어진 투자 자금이 기업 실적이 견조한 일본 주식으로 향하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낮은 금리 수준과 기업들의 긍정적인 변화, 탈디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외 자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소폭 하락으로 출발한 닛케이 평균은 곧 반등했고, 주가지수 선물에 대한 산발적인 매수세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외국계 증권사 트레이더는 "기세를 몰아 고점을 한번 시험해 보려는 단기 매수에 숏커버(매도 물량을 되사는 것)가 가세하면서 탄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 주말 대비 268엔 오른 3만3853엔까지 오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장중에는 199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 주식시장에서 일본 주식의 성과는 양호하다. 닛케이 평균은 2022년 말부터 2023년 11월 17일까지 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상승률로 미국 S&P500 지수(18%)와 유럽 스톡스 600(7%), MSCI 신흥국 지수(3%)를 크게 앞지르며 11월 한 달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닛케이 평균의 상승세는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고 있다. 닛케이 평균을 한 기업에 비유한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9월 말 대비 8% 이상 상승해 2200엔 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 하락을 계기로 저평가된 일본 주식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된 것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닛케이 평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일본거래소 그룹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10월 이후 총 1조1000억 엔의 현물 주식을 순매수했다. 8~9월에는 2조4000억 엔을 순매도했지만, 미국 금리가 안정되면서 다시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 주식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의 11월 기관투자자 조사에서 일본 주식에 대한 비중에서 '오버웨이트(강세)'에서 '언더웨이트(약세)'를 뺀 비율이 플러스 23%로 전월 대비 7%포인트 상승해 2018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 평균이 연내 3만5000엔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빌리지 캐피탈의 다카마쓰 이치로 CEO는 "일본 기업의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PBR(주가순자산배율) 상승을 의식한 기업들의 노력도 기대된다"며 "3만5000엔까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기업 실적 개선과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 지속, 일본 경제의 탈디플레이션 등이 관건으로 꼽힌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