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3.5% 올라 112달러 돌파…나스닥100 선물 1.8% 급락
프랑스 국채금리 24년 만의 최고 수준…코스피 3.5%·닛케이 2.7% 하락
프랑스 국채금리 24년 만의 최고 수준…코스피 3.5%·닛케이 2.7% 하락
이미지 확대보기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세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재정 불안까지 확대되면서 유럽 국채시장에서도 매도세가 거세졌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줄이고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증시가 22일(이하 현지시각) 동반 하락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장중 최대 3.5% 상승한 배럴당 112.68달러(약 14만9000원)를 기록했다.
이는 이란 전쟁 초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과 중동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였다.
미국 뉴욕증시의 기술주 중심 나스닥100지수 선물은 1.8%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도 1.1% 떨어지며 미국 증시의 하락 출발을 예고했다.
유럽에서는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600지수가 1% 하락했다.
◇ 후티 공격 격화에 유가 급등…미국 국채로 자금 이동
세계 증시 하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였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자 미국 정부는 사우디 주재 일부 외교인력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는 중동 분쟁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러셀인베스트먼츠의 반 루 글로벌 솔루션 전략 책임자는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될 위험이 다시 투자자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사우디 외교인력 철수 결정을 이러한 위험을 드러내는 사례로 지목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가격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반면 미국 국채시장에는 안전자산을 찾는 자금이 몰렸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0.09%포인트 하락한 연 5.08%를 기록했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므로 금리 하락은 국채 가격 상승을 뜻한다.
FT에 따르면 미국 국채시장은 이 같은 자금 유입에 힘입어 지난 2월 이후 가장 좋은 월간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루 책임자는 주가 하락과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수요 증가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졌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술기업들의 실적도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테슬라 주가는 시장 예상보다 낮은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개장 전 거래에서 4% 하락했다.
◇ 프랑스 국채금리 5.09%…2002년 이후 최고 수준
유럽에서는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에 프랑스의 재정·정치 불안이 겹치면서 채권시장 매도세가 확대됐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인 21일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연 5%를 넘어섰다.
22일에는 다시 0.09%포인트 상승한 연 5.09%를 기록했다.
국채 투자자들이 프랑스 정부의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로 채권을 매도하면서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바클레이즈의 로한 칸나 유럽 금리 리서치 책임자는 현재 유럽 채권시장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과 재정·정치적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여러 위험이 한꺼번에 겹친 상황으로 설명했다.
프랑스 국채금리와 독일 국채금리의 격차도 확대됐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가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를 웃도는 폭은 1.7%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2011년의 최고 수준 이후 가장 큰 격차다.
독일 국채는 유로존 채권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프랑스 국채와 독일 국채의 금리 격차가 커졌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 보유에 더 높은 위험 보상을 요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이탈리아·벨기에로 국채 매도세 확산
유럽 국채시장의 불안은 프랑스에 그치지 않았다.
이탈리아와 벨기에 국채도 매도 압력을 받으면서 독일 국채와의 금리 격차가 확대됐다.
이탈리아 국채의 독일 국채 대비 금리 격차는 1.2%포인트로 벌어졌다.
벨기에의 금리 격차도 1.1%포인트에 근접하며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각국의 국채금리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국가별 국채금리 차이가 과도하게 벌어지면 유로존의 재정 불안이 확대되고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즈의 칸나 책임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채시장이 급격한 매도세에 휘말렸다고 말했다.
그는 차입을 통해 대규모 채권 포지션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는 가운데 ECB의 지원이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칸나 책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시장 안정을 위한 안전장치가 작동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판단이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 중국 증시 약세장 진입…한국·일본도 동반 급락
아시아 증시도 중동의 군사적 긴장과 글로벌 투자심리 악화의 영향을 받았다.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의 주요 대형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1.8% 하락했다.
이에 따라 CSI300지수는 지난 6월 이후 약 20% 떨어지며 일반적으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태를 뜻하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FT는 이러한 하락세가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취약한 투자심리를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증시에서는 닛케이225평균주가가 2.7% 하락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났다.
일본 반도체 관련 기업인 레조낙, 레이저텍, 키옥시아, 도쿄일렉트론 등이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3.5%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는 3% 하락했다.
중국 규제 당국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제품 품질 기준 강화와 소비자 보호 조치 확대를 요구하면서 알리바바가 주요 하락 종목에 포함됐다.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도 기술주와 중국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 에너지 물가 압력·유럽 재정 불안 동시 부각
FT는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중동의 군사적 긴장에 따른 유가 상승과 유럽의 재정 문제가 동시에 부각된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에너지 수입국의 물가 부담을 높이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가격 충격에 프랑스의 재정 불안이 겹치면서 국채 매도세가 다른 국가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안전자산 선호로 국채금리가 하락한 반면 프랑스와 일부 유로존 국가에서는 재정 불안으로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상반된 움직임이 나타났다.
주식시장에서도 미국 기술주 선물과 유럽 주요 지수,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