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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산 인공지능 칩 모순 터졌다…채권 자경단 반격에 흔들리는 기술주

- 단기 소모품 반도체를 장기 채권으로 조달하던 2선 인프라 기업에 경고등
- 투자등급과 고수익 채권 가산금리 동반 상승 속 부도 위험 방어 비용 폭등
- 기계약 완판된 한국 메모리는 단기 영향 제한적…중장기 투자 주기 관찰 필요
인공지능 대표 기업들의 과도한 주가 평가와 부채 조달 위험이 맞물리면서 기존 안전자산이 기대했던 방어막 구실을 해내지 못할 수 있다는 시장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4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 대표 기업들의 과도한 주가 평가와 부채 조달 위험이 맞물리면서 기존 안전자산이 기대했던 방어막 구실을 해내지 못할 수 있다는 시장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4
로버츠 베르진스 공인재무분석사는 2026년 10월 21일 인공지능 자산의 매도 압력이 주식시장을 넘어 채권과 자금조달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시킹알파는 10월 21일(현지시각) 그가 작성한 분석을 통해 인공지능 대표 기업들의 과도한 주가 평가와 부채 조달 위험이 맞물리면서 기존 안전자산이 기대했던 방어막 구실을 해내지 못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준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국제 정세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거대 기술기업의 차입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차세대 투자 일정에도 완급 조절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상 최대 풋옵션 매수 속 주도주 검증 직면


주식시장은 약세장 진입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변동성지수가 치솟고 에스앤피(S&P)500 지수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풋옵션 매수 거래량은 단일일 기준 역대 가장 큰 규모를 나타냈다. 시장을 지배하던 낙관론이 가라앉자 그동안 주가 상승세를 이끌어온 인공지능 주도주가 먼저 정리 대상에 올랐다.

매도 압력은 시장을 이끌던 거대 기술기업에 집중됐다. 코어위브와 오라클, 팔란티어, 네비우스 그룹 등 대표 기업들이 시장의 엄격한 성장성 검증 시험대에 올랐다. 베르진스는 기준금리가 내려가지 않고 분쟁 위험이 겹치면서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수익률 기준선이 크게 높아졌다고 짚었다. 시장 심리가 냉정한 현실주의로 돌아서면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게 매겨져 있던 자산들이 거센 현금화 압박을 맞았다.

단기 칩을 장기 빚으로 조달한 모순의 폭발


채권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채권 자경단이 위험에 걸맞은 높은 보상을 요구하면서 신용시장에 균열이 일어났다. 기술기업들이 길어야 몇 년 쓰지 못하는 단기 자산인 인공지능 연산 칩을 만기가 긴 장기 회사채로 조달하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 탓이다. 수명이 짧은 설비 투자를 오랜 기간 갚아야 할 빚으로 메우는 방식에 시장의 신뢰가 흔들렸다.

자금조달 시장의 경계 심리는 뚜렷하게 수치로 확인된다. 도이체방크 집계 기준 2026년 9월 28일 모든 투자등급 채권과 고수익 채권의 가산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오라클의 경우 채무불이행에 대비한 부도 위험 방어 수수료 성격인 신용부도스와프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가산금리가 뛰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이 불어나고, 이는 주식 시장의 기업가치 산정에 직접 타격을 준다. 1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짊어진 고레버리지 기업들은 빚 갚을 능력이 떨어져 한계 상황으로 몰렸다. 기업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상장 사업개발회사들의 주가도 2025년 하반기 바닥권에서 더 밀려났다.

한국 메모리 공급망의 단기 방어력과 중장기 변수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의 채무 부담 가중은 한국 반도체 공급망의 중장기 투자 로드맵과 맞물린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사와 이미 연간 공급 물량을 확정 지은 상태여서 단기 출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재 공급 중인 차세대 메모리 물량은 사전 계약 형태로 묶여 있어 당장의 시장 금리 변동이 납품 차질로 직결되지 않는다.

다만 자체 현금 흐름이 탄탄한 최상위 빅테크와 달리, 부채 조달 의존도가 높은 2선 인프라 기업들의 조달 문턱이 계속 높아질 경우 차세대 설비투자 집행 주기가 늘어질 가능성은 잠재적 변수로 꼽힌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인 주문 축소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해외 자금조달 시장의 경색이 길어질 경우 고객사들의 신규 장비 증설 속도에 완급 조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로 채권시장의 국채 매도세가 진정되고 조달 금리가 다시 안정세를 찾는다면 투자 둔화 우려는 자연스럽게 잦아들 수 있다.

위험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국면에서는 포트폴리오의 방어력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베르진스는 시장 변동성이 오랫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할 때는 가격 방어 기능을 갖춘 배당 가치주 중심의 자산 배분이 충격을 덜어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앙은행의 정책 지원 능력이 채권시장의 매도 압력에 부딪히는 환경에서는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현금흐름과 자금조달의 지속성이 향후 자본시장의 판도를 가를 잣대가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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