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EU 미국 대사 "유럽 기업들 심각한 타격 입을 수 있어"…미국 시장 규모 거론
EU, 위성통신 주파수 일부 역내 업체 우선 배정 추진…우크라이나 통신망 영향 우려
EU, 위성통신 주파수 일부 역내 업체 우선 배정 추진…우크라이나 통신망 영향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의 위성통신 주파수 규제 계획에 대해 강력한 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EU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의 유럽 시장 접근을 제한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 사업하는 유럽 기업들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19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앤드루 퍼즈더 EU 주재 미국 대사는 전날 FT와 인터뷰에서 “EU가 미국 위성통신 사업자의 주파수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유럽 기업들이 미국의 보복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퍼즈더 대사는 보복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유럽 기업들은 그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며 “미국 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피해가 매우 심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은 EU 집행위원회가 스마트폰과 위성을 직접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의 일부를 유럽 사업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불거졌다.
이 계획이 시행되면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비롯한 중국과 미국 위성통신 업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
◇EU, 위성통신 주파수 역내 업체 우선 배정 추진
EU 집행위는 올해 스마트폰과 위성 사이의 직접 통신을 지원하는 주파수 대역 일부를 유럽 사업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유럽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핵심 통신 인프라에서 역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EU는 특히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FT에 따르면 유럽 정책 당국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행보와 해외 기업에 핵심 인프라를 의존하는 데 따른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위성통신은 이같은 기술 주권 논의의 주요 대상 가운데 하나다.
스마트폰이 지상 이동통신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위성과 직접 연결되려면 해당 통신에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접근권이 필요하다.
EU의 계획은 일부 주파수를 유럽 사업자에게 우선 배정해 역내 위성통신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지역 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미국 기술기업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퍼즈더 대사는 유럽이 민감한 정부 정보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자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미국 경쟁업체에 불리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정당한 입법 목표가 아니다"라면서 “유럽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X 반발…우크라이나 스타링크 통신망 영향 우려
EU의 주파수 배정 계획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업체 가운데 하나는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위성통신망 스타링크를 운영하면서 위성과 휴대전화를 직접 연결하는 통신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EU의 주파수 규제가 강화되면 스타링크가 유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자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스페이스X는 이러한 조치가 우크라이나의 통신 연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타링크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민간 통신과 군사 통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전쟁 상황에서 지상 통신시설이 손상되거나 이용하기 어려울 때 위성통신망이 대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EU의 규제 계획이 시행되면 우크라이나에서 통신 서비스의 연결 품질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EU의 주파수 배정 계획은 아직 제안 단계이며 스타링크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우크라이나 통신망에 실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은 유럽의 기술 자립 정책이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과 우크라이나 통신망 문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EU 디지털시장법에도 불만…빅테크 벌금 문제 제기
미국의 불만은 위성통신 주파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퍼즈더 대사는 EU가 미국 기술기업에 적용하는 전반적인 규제 정책도 비판했다.
특히 대형 기술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EU 디지털시장법(DMA)의 집행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EU가 미국 기술기업들에 수십억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이러한 조치가 실제로 디지털시장의 경쟁을 개선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유럽 예산에 도움이 되는 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퍼즈더 대사는 미국 기업들이 유럽의 규제와 벌금에 점점 더 큰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이 자국 기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도입하는 규제가 오히려 미국 기업의 유럽 투자 의욕을 떨어뜨려 유럽의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기술 자립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U가 제안한 클라우드·AI 개발법은 민감한 분야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에게 기술 주권 관련 요건을 부과하는 동시에 유럽 기술기업의 성장과 사업 확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대안을 확보하고 유럽의 자체 기술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이러한 정책이 유럽 기업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방향으로 시행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유럽, 서로 싸우기보다 중국과 AI 경쟁 협력해야"
퍼즈더 대사는 미국과 유럽이 기술 규제로 대립하기보다 중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와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럽이 규제를 통해 미국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기보다 미국과 공동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퍼즈더 대사는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이 서로 대립하는 대신 협력한다면 경쟁에서 승리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AI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지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도 일치한다고 FT는 설명했다.
미국 측은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 유럽이 규제 중심의 접근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자국 기업에 대한 우선적인 주파수 배정이 미국 기업을 전면 배제하는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EU 집행위는 해당 제안이 유럽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과 공급업체 다변화를 장려하면서도 비EU 사업자들에게 시장을 계속 개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이번 갈등이 핵심 기술에 대한 유럽의 자립 정책과 미국 기술기업의 시장 접근권을 둘러싼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실제로 보복 조치를 시행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EU의 위성통신 주파수 배정안이 미국과 유럽 사이의 새로운 통상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