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2030년 CPU 시장 3000억달러 예상…“에이전틱 AI 최대 수혜자는 AMD”
이미지 확대보기메타플랫폼스의 개인용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가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을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중앙처리장치(CPU)로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가 투자은행 씨티는 에이전틱 AI 확산을 반영해 오는 2030년 CPU 총유효시장(TAM)이 3000억달러(약 409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AMD를 최대 수혜 업체로 지목했다. TAM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론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전체 시장 규모를 뜻한다.
이에 따라 AMD 목표주가도 기존 575달러(약 78만원)에서 800달러(약 109만원)로 대폭 높였다.
6일(이하 현지시각)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씨티의 아티프 말릭 애널리스트는 “메타 뮤즈 출시 이후 CPU 시장 전망치를 다시 산정했다”며 “AMD가 CPU 르네상스의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말릭 애널리스트는 메타가 AMD 서버 사업의 최대 고객 가운데 하나라는 점도 목표주가 상향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AMD 주가는 이날 장전거래에서 약 1% 상승했다.
◇290억달러→3000억달러…5년 만에 10배
씨티가 가장 크게 바꾼 것은 CPU 시장의 장기 성장 전망이다.
씨티는 세계 CPU 총유효시장이 2025년 290억달러(약 39조6000억원)에서 2030년 3000억달러(약 409조30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5년 만에 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커지고 연평균 성장률은 약 60%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시장 전망을 크게 높인 직접적인 계기는 메타 뮤즈를 비롯한 개인용 AI 에이전트의 등장이다.
기존 챗봇은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할 때 주로 작동하고 응답을 마친 뒤에는 사실상 대기 상태로 돌아간다.
반면 AI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검색하고 여러 서비스를 오가며 업무를 처리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등 장시간 지속적으로 작동한다.
말릭 애널리스트는 이런 에이전틱 AI가 전통적인 챗봇과 비교해 연산 수요를 몇 단계나 더 크게 늘릴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AI 에이전트가 확산할수록 추론뿐 아니라 작업 관리, 메모리, 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 전체의 연산 자원 소비가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다.
GPU 중심이던 AI 반도체 투자에서 CPU의 중요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왜 GPU 아닌 CPU도 다시 뜨나
생성형 AI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는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GPU였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복잡한 연산을 병렬로 처리하는 데 GPU가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가 단순한 질문·답변을 넘어 사람을 대신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면서 연산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GPU에서 추론 작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여러 작업을 순서대로 관리하며 외부 서비스와 연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CPU가 전체 작업을 조율하는 역할이 커진다.
메타 뮤즈처럼 항상 대기하면서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여러 단계의 업무를 수행하는 AI 서비스가 대중화할수록 서버 한 대에 필요한 CPU 연산량도 증가할 수 있다.
씨티가 이를 ‘CPU 르네상스’로 평가하는 이유다.
최근 메타 뮤즈 흥행 이후 AMD뿐 아니라 인텔, Arm 등 CPU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움직인 것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씨티 “최대 수혜자는 AMD”…인텔은 2차 수혜
씨티는 CPU 시장 확대의 가장 큰 수혜 업체로 AMD를 꼽았다.
AMD의 에픽(EPYC) 서버 CPU가 이미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메타가 AMD 서버 사업의 핵심 고객이기 때문이다.
말릭 애널리스트는 메타 뮤즈의 이용 확대가 데이터센터 연산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경우 AMD가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봤다.
인텔도 CPU 시장 확대의 수혜 업체로 지목했지만 씨티는 AMD를 우선적인 수혜자로 평가했다.
AMD는 최근 서버 CPU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2분기 월가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0% 증가한 115억달러(약 15조7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67억달러(약 9조1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에픽 서버 CPU와 인스팅트 AI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성장을 이끌었다.
AMD는 올 하반기 서버 CPU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0% 증가하고 2027년에도 7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체 매출은 내년 두 배 이상 증가하고 AI GPU 매출은 100%를 크게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CPU 르네상스 현실화”
월가에서도 최근 CPU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에버코어ISI의 마크 리파시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CPU 르네상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GPU 숫자가 증가하면 이를 관리하고 데이터와 작업을 배분할 CPU도 함께 필요하다.
에이전틱 AI는 이런 관계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챗봇은 사용자가 질문하지 않는 시간에는 연산 수요가 크게 줄지만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명령을 받은 뒤에도 여러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돌아다니며 작업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
AI 서비스 한 건이 사용하는 컴퓨팅 시간이 길어지고 동시에 수행하는 작업 수도 많아지는 구조다.
씨티가 CPU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60%로 전망한 것도 AI의 사용 형태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 기반한다.
◇82억달러 들여 AI 연구소까지 인수
AMD는 CPU 시장 확대와 별개로 AI 사업 영역도 빠르게 넓히고 있다.
AMD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의 AI 연구기업 월드랩스를 82억달러(약 11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월드랩스는 3차원 환경을 이해하고 구현하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컴퓨터 비전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 페이페이 리가 이끌고 있다. 거래는 올해 말 완료될 예정이다.
AMD는 월드랩스 인수를 통해 AI 하드웨어뿐 아니라 모델과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반도체 제품도 확대하고 있다.
AMD는 인스팅트 MI450 시리즈 GPU와 6세대 에픽 ‘베니스’ CPU를 공개했으며 이를 GPU와 CPU,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헬리오스’ 랙스케일 AI 시스템에 탑재한다.
AI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하려면 개별 칩 판매를 넘어 데이터센터 전체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략이다.
◇뮤즈가 바꾼 AI 반도체 투자공식
메타 뮤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투자 논리는 GPU 확보였다.
그러나 사람 대신 지속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확산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CPU와 메모리, 네트워크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전체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다.
씨티가 AMD 목표주가를 800달러로 높인 것도 단순히 현재의 서버 CPU 판매 증가만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에이전틱 AI가 대중화하면 CPU 시장 자체가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핵심이다.
2025년 290억달러였던 시장이 2030년 3000억달러로 커진다는 씨티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AI 반도체 경쟁은 GPU를 누가 더 많이 공급하느냐의 싸움에서 CPU와 네트워크, 메모리를 포함한 전체 컴퓨팅 인프라 경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메타 뮤즈의 흥행이 단순한 AI 서비스 성공을 넘어 한동안 GPU에 가려졌던 CPU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는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