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취임 후 ‘침묵 전략’ 도마…물가 2% 복귀도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취임 이후 시장과의 소통을 대폭 줄인 가운데 경제학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연준의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시 의장이 금리 전망을 미리 제시하지 않는 새로운 소통방식을 택한 것이 금융시장을 경제지표에 더 집중시키려는 의도와 달리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과 경제학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워시 체제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과 소통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 60% 이상은 연준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장기 국채금리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별도의 질문에서는 약 60%가 워시 의장의 상원 인준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인 2%로 돌아가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이미 5년 넘게 연준 목표인 2%를 웃돌고 있다.
◇ 경제학자 75% “가장 큰 변화는 연준 소통방식”
워시 의장 취임 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는 통화정책 자체보다 ‘소통방식’이 꼽혔다.
응답자의 약 75%는 제롬 파월, 재닛 옐런, 벤 버냉키 전 의장 시절보다 시장과의 소통을 줄인 것이 워시 취임 후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답했다.
워시 의장은 취임 이후 연준이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시장에 알려주는 선제 안내를 대폭 줄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하는 이른바 ‘점도표’에도 자신의 전망치를 제출하지 않았고, 정책 성명도 이전보다 훨씬 짧게 바꿨다.
워시 의장은 연준과 금융시장 사이에 형성된 지나친 상호의존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이 연준 관계자의 발언 하나하나를 분석해 금리 방향을 추측하기보다 실제 물가와 고용 등 경제지표에 집중하도록 해야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는 연준이 미래 전망뿐 아니라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까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터데임대의 크리스티아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워시 의장이 미국 경제의 현재 상황과 전망에 대해 명확하고 공개적인 평가를 내놓지 않는 점이 불안 요인”이라며 “이런 방식이 불필요한 추측을 만들고 연준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향후 정책결정에 대해 침묵할 수는 있지만 이미 내린 정책결정의 이유는 설명해야 한다”며 “현재의 소통전략이 연준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 베선트 ‘깜짝 국채매입’까지…정책 소통 동시 도마
FT에 따르면 연준뿐 아니라 미 재무부의 소통방식도 비판을 받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최근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국채 바이백(재매입)을 확대하겠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일부 투자자는 이 조치가 국채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보다 재무부의 정책 안내에 대한 신뢰를 약화했다고 평가했다.
존스홉킨스대의 로버트 바베라 교수는 재무부의 채권시장 개입이 달러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이미 높은 미국 물가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미국의 공공부채가 최근 사상 처음 40조달러(약 5경5520조원)를 넘어선 가운데 장기 국채금리도 19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캐나다와의 관세 갈등, 이란을 둘러싼 경제적 압박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워시 의장이 맞닥뜨린 경제환경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 워시 전략 옹호론도…“시장 미세관리에서 벗어나야”
경제학자들이 모두 워시 의장의 소통 축소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데버러 루커스 교수는 “연준은 오랫동안 금융시장을 지나치게 미세하게 관리하면서 자본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해왔다”며 워시가 기존 관행을 뒤집으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력에 워시 의장이 휘둘릴 것이라는 취임 전 우려도 현재까지는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의 고문을 지낸 존스홉킨스대의 존 파우스트 연구원은 워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연준에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추라고 요구해왔지만 워시 의장은 취임 이후 이에 맞춰 급격하게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않았다.
FT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75%는 워시 의장의 취임 이후 전반적인 업무 수행이 당초 자신들이 예상했던 수준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답했다.
◇ 첫 잭슨홀 연설서 ‘침묵 전략’ 직접 설명
워시 의장은 오는 28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연준 의장 취임 후 처음으로 연설한다.
워시 의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추진하는 소통 축소의 정책적 배경과 향후 연준 운영방식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구체적인 금리 전망뿐 아니라 워시 의장이 왜 기존 연준의 소통 관행을 바꾸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FT는 미국의 부채와 장기금리, 물가 압력이 동시에 높아진 상황에서 연준의 정책뿐 아니라 정책을 어떻게 설명하느냐 자체가 시장 안정과 중앙은행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