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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첫 실적이 드러낸 AI 제국 확장의 대가

총설비투자 26조원…분기 매출의 두 배 넘어
예상 웃돈 실적에도 시간외 주가 최대 8.8% 급락
지난 6월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 발코니에서 참석자들이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월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 발코니에서 참석자들이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 내놓은 분기 실적은 폭발적인 매출 성장보다 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부각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은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고 순손실은 예상보다 적었지만 인공지능(AI) 인프라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이 공개되자 주가는 급락했기 때문이다.

5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 2분기 매출이 78억달러(약 11조1875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92% 증가했다고 전날 밝혔다. 월가 전망치 68억2000만달러(약 9조7819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순손실은 약 5억4100만달러(약 7760억원)로 집계됐다. 시장이 예상한 21억2000만달러(약 3조407억원) 손실의 약 4분의 1에 그쳤다. 실적 수치만 보면 상장 후 첫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미국 시간외거래에서 스페이스X 주가는 최대 8.8% 급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2분기 전체 자본지출은 약 184억달러(약 26조3911억원)로 급증했다. 분기 매출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이 가운데 AI 부문에 투입된 자금만 160억달러에 가까운 약 23조원으로 직전 분기의 두 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이스X는 이같은 투자 속도가 적어도 앞으로 두 분기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을 웃돈 매출과 손실 축소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은 시장 전망을 넘어선 AI 관련 자본지출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라고 FT와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스페이스X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벌어들이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에 계속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이 처음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났다는 점에서다.

◇로켓기업에서 AI 인프라 개발사로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와 위성인터넷을 넘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말 2기가와트(GW)인 컴퓨팅 용량을 2027년 말까지 5GW보다는 10GW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목표대로라면 스페이스X의 연산능력은 불과 2년 사이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난다. 10G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은 여름철 최대 수요가 발생했을 때 미국 뉴욕시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투자 부담도 그만큼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데이터센터 용량 1GW를 확보하려면 수백억달러가 필요하고 비용의 대부분은 AI 반도체 구매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앞으로 구축하는 AI 인프라에 엔비디아 하드웨어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연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할수록 엔비디아 반도체 구매에 필요한 자금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스페이스X의 첫 실적에서 나타난 자본지출 급증은 회사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로켓과 스타링크 사업에서 확보한 매출을 AI 데이터센터에 투입하고 이를 토대로 클라우드 서비스와 자체 AI 모델을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데이터센터는 건설이 끝난 뒤에도 반도체를 계속 교체하고 전력, 냉각, 네트워크 설비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페이스X가 계획한 연산능력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투자비보다 많은 수익을 장기간 창출할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를 좌우할 전망이라서다.

◇경쟁사에 빌려준 연산능력의 딜레마

스페이스X의 AI 부문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세 배 넘게 늘어난 25억6000만달러(약 3조6718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의 대부분은 앤스로픽, 구글 등 다른 AI 기업에 데이터센터 용량을 임대해 얻었다.

연산능력 임대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직후부터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객과 계약을 맺어 데이터센터 가동률을 높이면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는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브렛 존슨 스페이스X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말까지 회사의 연간 반복매출이 1000억달러(약 143조430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성장의 대부분을 클라우드 서비스가 담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쟁사에 데이터센터 용량을 많이 임대할수록 스페이스X가 자체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연산능력은 줄어든다.

스페이스X는 임대사업을 통해 단기 매출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체 AI 모델인 그록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두 사업이 동일한 연산 자원을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데크 멀라키 SLC매니지먼트 전무는 스페이스X의 데이터센터 임대사업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페이스X가 주로 클라우드 기업으로 운영된다면 이익률에 한계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임대사업은 안정적인 매출을 제공할 수 있지만 다른 기업이 개발한 반도체를 대량 구매해 연산능력을 빌려주는 사업에 머물 경우 수익성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자체 AI 모델에 더 많은 연산능력을 배정하면 임대매출 증가와 투자금 회수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스페이스X가 데이터센터 임대와 자체 AI 개발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본과 연산능력을 배분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2367조원 몸값이 요구하는 성장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조6500억달러(약 2366조595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평가는 현재의 로켓 발사, 위성인터넷, 데이터센터 임대 실적뿐 아니라 앞으로 추진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기록적인 기업공개를 통해 860억달러(약 123조3498억원)를 조달했다. 재사용 로켓을 이용한 화성 진출, 궤도 데이터센터 구축, AI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가 대규모 자금 유입을 이끌었다.

상장 직후 스페이스X 주가는 225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고점 대비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는 유지되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스페이스X의 AI 매출이 2030년까지 10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전체 매출이 같은 시기 1조달러(약 1434조3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스페이스X는 데이터센터 용량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확보한 연산능력을 높은 가동률로 운영하고, 대규모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익성을 함께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P글로벌 산하 비저블알파 리서치의 멜리사 오토 글로벌 총괄은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한 부분으로 AI 부문의 자본지출을 꼽았다. 그는 스페이스X의 투자 계획에 대해 “야심 차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간외 주가 하락은 AI 수요 자체에 대한 의문보다는, 스페이스X가 계획한 성장에 얼마나 많은 자본이 필요한지를 둘러싼 우려에 가깝다.

◇우주 데이터센터까지 이어지는 투자

머스크는 첫 번째 궤도 데이터센터인 ‘스타마인드 AI-1’ 개발이 진전되고 있으며 내년부터 발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주 데이터센터에 대해 먼 미래의 구상이 아니라며 조기 상용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스페이스X는 자체 로켓, 위성, 스타링크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데이터센터 사업자보다 우주 인프라를 구축하기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스페이스X의 최신 그록 AI 모델들은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이용해 훈련되고 있다. 머스크는 이러한 데이터가 그록에 공학 분야의 경쟁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위성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의 잠재력도 시장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 위성통신, 지상 데이터센터, 궤도 데이터센터, 자체 AI 모델을 하나의 사업체계로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사업 범위가 넓어질수록 동시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도 증가한다. 지상 데이터센터 확장만으로 이미 분기 매출을 크게 웃도는 자본지출이 발생한 상황에서 우주 데이터센터까지 본격화하면 투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공매도·보호예수 해제도 주가 부담

스페이스X 주가에는 대규모 자본지출 외에도 수급 부담이 겹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최근 스페이스X에 대한 공매도 잔액은 2억2000만주 상당으로 증가했다. 자유롭게 거래되는 주식의 약 34%에 해당한다.

도이체방크는 6일 예정된 임직원 보유 주식의 첫 보호예수 해제가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가 지난달 나스닥100지수에 편입됐지만,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의 매수 규모가 예상보다 작았다는 점도 주가 약세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합병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테슬라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생산 계획인 테라팹을 포함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합병이 이뤄지려면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스페이스X의 첫 실적은 AI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매출은 급증했고 손실도 예상보다 적었으며, 데이터센터 용량을 임차하려는 고객도 확보했다.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성장 자체보다 성장의 효율성이다. 매출보다 자본지출이 훨씬 빠르게 증가한다면 높은 성장률에도 지속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번 실적은 스페이스X의 AI 전략이 실패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머스크가 제시한 AI·우주 인프라 구상을 실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처음으로 구체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결정할 핵심도 확보한 컴퓨팅 용량의 크기가 아니다. 분기마다 수십조원을 투입해 구축한 연산능력을 얼마나 빠르게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향후 투자자들의 판단을 좌우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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