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불확실성 증폭… 유럽 탈미국 대비 가속화
소모성 무기 수요 이동 속 한국 방산 공급망 부각
소모성 무기 수요 이동 속 한국 방산 공급망 부각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안보 지형의 축을 담당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체제가 트럼프 변수를 맞아 새로운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지원 축소 가능성에 직면한 유럽이 독자 군사 모델 구축을 서두르면서 전차 중심에서 소모성 무기로의 수요 이동이 뚜렷해졌다. 이 같은 질서 변화는 글로벌 방산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거시경제 체력을 자극해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 가치에도 핵심 변수를 던진다.
앙카라 나토 정상회담의 이면과 불확실성 확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방어 예산 확충안을 꺼내 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나토 내 미국 제외 회원국이 지난 2년간 해마다 국방비를 20%씩 늘렸고, 이를 통해 미국 내에서 19만 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보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평화 협상을 압박하는 태도를 보인 데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유럽 내 미군 태세를 전면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하위 통과국과 실패국을 분류하겠다는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나토 방위 계획상 정보·감시·정찰(ISR)과 공중급유 등 핵심 영역에서 절대 지분을 차지하던 미군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유럽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소모성 무기로 이동하는 수요… 돈 흐름의 변화
미국의 지휘 통제와 압도 화력 공백을 마주한 유럽은 무기 조달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단가가 아니라 소모 속도가 무기 수요를 결정하는 시대로 전환되면서, 고가 방어 플랫폼 중심에서 저가 소모형 무기 체계로 수요 축이 이동한다.
우선 소모성·대량 생산형 무기 체계가 전면에 부각된다. 영국의 코프힐 다운 훈련에서 입증됐듯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전차의 진격을 저지하는 것은 수백만 원짜리 자폭 드론과 네트워크 데이터의 결합이다. 단가는 낮추고 수량은 늘리는 생산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센서와 타깃팅 소프트웨어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한다. 대량 화력으로 적을 섬멸하기보다 인공지능(AI) 기반 표적 설정과 광범위한 감시망을 통해 적의 침공을 저지하는 고슴도치식 방어선을 구축한다.
이에 따라 타깃팅 소프트웨어와 정찰용 센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나아가 네덜란드 브룬숨과 이탈리아 나폴리 등 나토 작전 사령부에 유럽 장교 배치를 늘려 미국의 사령탑 공백 시에도 독자 지휘가 가능한 구조를 짜고 있다.
국방비 증액 속도전과 한국 방산의 기회와 그늘
유럽이 독자 방어 체력을 갖추려면 정보·방공 자산뿐 아니라 탄약 비축량을 빠르게 채워야 한다. 독일은 오는 2029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으나 프랑스는 2.5%, 영국은 2.7%로 오는 2030년 목표치 달성이 더딘 실정이다.
특히 중동 갈등으로 미국의 무기 재고가 급감하면서 유럽 고객들은 미국산 장비 인도를 위해 수년을 대기해야 하는 병목현상에 직면했다. 유럽이 요구하는 빠른 납기와 대량 공급 조건은 한국 방산기업의 비교우위와 정확히 맞물린다.
나토 규격과 호환성을 갖춘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 로켓, 현지 생산 체계를 연계한 K2 전차 등은 유럽 조달 시장 다변화의 핵심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유럽 국가들의 현지 생산 요구인 오프셋 압박과 기술 이전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점은 중장기 수익성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유럽연합(EU) 내부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 움직임도 한국 기업이 넘어야 할 실질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유로화 약세와 원화 동조화… 투자자가 볼 리스크
유럽의 거대한 국방 재정 확대는 거시경제 경로를 뒤흔들며 투자자들의 지갑에 영향을 준다. 가장 먼저 살필 변수는 환율 구조다. 독일 등 유로존 주요국이 재무장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 부담이 커져 유로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는 상대적인 달러 강세를 유발해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원화 동조 약세로 이어진다. 고환율 환경은 한국 방산 등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환차익 측면에서 긍정 요인이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겨 코스피 시장의 전반 변동성을 키우는 양날의 검이다.
다만 유럽의 재정 확장이 단기 경기 부양 효과를 내며 경기 기대감으로 이어질 경우 유로화가 반등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남유럽과 독일 간의 재정 규율 갈등, 방산 공동 조달 체계 속에서 자국 안보 산업을 보호하려는 국가 간 충돌은 수주 집행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유럽의 탈미국 대비 행보는 방산 공급망과 거시지표를 동시에 재편한다. 단기적으로는 유로화 약세에서 비롯된 원·달러 환율과 채권 금리 변동성을 방어하는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
환율과 수주 소식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간에서 방산주는 단순 테마가 아니라 실적 변수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무기 조달 다변화 흐름 속에서 유망 품목의 대규모 수주 실적이 실제 공급망 기업의 이익 창출로 연결되는지 추적하는 것이 포트폴리오의 성패를 가를 관전 포인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