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딥페이크(Deepfake)가 위험한 이유는 기술이 정교해서가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어서다. 과거엔 전문 장비와 기술이 필요했다. 지금은 무료 앱 하나로 된다. 그리고 한 번 퍼진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다. 피해는 기하급수로 늘어나는데, 아이들이 그것을 가려내는 능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숫자가 이 현실을 보여준다. 유럽의회조사처(European Parliamentary Research Service, 이하 EPRS)가 지난해 7월 발간한 정책 브리핑 '어린이와 딥페이크(Children and Deepfakes)'에 따르면, 2023년 50만 건인 딥페이크 공유 건수는 2025년 800만 건으로 폭증했다. EPRS가 오프콤(Ofcom) 연구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영국의 8세에서 15세 아동 중 절반이 최근 6개월 안에 딥페이크를 목격했다. EPRS가 인용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합성 성적 콘텐츠 중 17%가 미성년자를 포함했다. EPRS가 특히 강조하는 사실이 있다. 아이들은 뇌가 아직 자라는 중이라 어른보다 딥페이크를 훨씬 더 가려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피해는 늘어나는데 알아채는 능력은 아직 따라가지 못한다. 그 간극이 지금 우리 아이들이 놓인 자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규제를 강화하고 탐지 기술을 개선하면 되는 걸까. EPRS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경고한다. 기술적 방어와 함께 아이와 부모, 교사 모두가 딥페이크를 알아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결국 가장 확실한 방어막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아이의 눈이다.
그 눈은 가르칠 수 있다. 독일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의 도미니크 가이슬러(Dominique Geissler) 연구팀은 2026년 논문 〈딥페이크 식별력 향상을 위한 효과적 디지털 리터러시 개입 설계(Designing Effective Digital Literacy Interventions for Boosting Deepfake Discernment)〉에서 이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미국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다섯 가지 방식으로 딥페이크 식별력을 가르쳐봤다. 글로 설명하거나, 그림으로 보여주거나, 게임으로 연습하거나, 반복 노출로 익히거나, 만드는 원리를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다섯 가지 중 두 가지가 효과가 있었다. 글로 설명하는 방식은 식별 정확도를 7.5%포인트(P), 그림으로 시연하는 방식은 13%P 높였다.
핵심은 이것이다. "조심해"라고 경고만 해서는 달라지지 않는다. 딥페이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디를 보면 가짜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줬을 때 비로소 식별력이 생겼다. 단, 이 효과는 교육 직후에 측정한 결과다. 2주 뒤에는 효과가 유지되지 않았다. 한 번 가르쳤다고 끝이 아니라는 뜻이다. 연구팀은 성인 대상의 연구라는 한계를 밝히고, 청소년 등 다른 연령대와 반복 교육을 포함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반복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이것이 부모에게 주어진 숙제다.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딥페이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이와 함께 알아보는 것이다. 원리를 알면 두려움이 줄고 식별력이 생긴다. "이 영상은 왜 자연스러워 보일까?", "눈 깜빡임이 어색하지 않아?", "이 목소리가 진짜처럼 들리는 이유는 뭘까?" 이런 질문을 함께 던지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감각은 달라진다. 딥페이크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해부하는 경험, 그것이 식별력을 키운다.
둘째, 피해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이야기해 두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창피함과 두려움 때문에 말하지 못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어른에게 말해야 한다", "네 잘못이 아니다"는 말을 아이가 사건 이전에 들어둬야 한다. 위기 앞에서 말문을 여는 힘은 평소의 대화에서 만들어진다.
셋째, 보내기 전에 한 번 멈추는 습관을 함께 연습하는 것이다. 딥페이크 피해의 상당수는 악의적인 제작자가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공유하는 사람들을 통해 번진다. "이걸 보내기 전에, 이게 진짜인지 한 번만 더 생각해봐." 그 한 박자가 피해의 연쇄를 끊는다.
AI는 더 빠르게, 더 정교하게, 더 많은 가짜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 흐름을 막을 기술은 아직 없고, 완벽한 규제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가짜를 알아보는 눈은 가르칠 수 있다는 것. 경고로는 부족하고, 한 번으로는 모자라며, 부모가 먼저 알아야 가르칠 수 있다. AI가 내 아이의 얼굴을 노리기 전에 부모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