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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리스크 재부상…내 식탁 물가·펀드 수익률 ‘이중 충격’ 오나

하반기 발생 가능성 확대…역대급 온난화와 맞물려 글로벌 공급망 위기 고조 우려
곡물·원자재 가격 자극 가능성…매크로 금리 경로 및 자산 시장 변동성 주시해야
지구 온난화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하반기 ‘수퍼 엘니뇨(Super El Niño)’ 발전 가능성이 제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지구 온난화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하반기 ‘수퍼 엘니뇨(Super El Niño)’ 발전 가능성이 제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구 온난화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하반기 수퍼 엘니뇨(Super El Niño)’ 발전 가능성이 제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3도 이상 치솟는 강력한 엘니뇨가 도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기후 예측 모델 역시 적도 태평양 감시구역(Niño 3.4)의 해수면 온도 편차가 수퍼 엘니뇨 기준선인 +2.0도를 웃돌 확률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이번 현상은 세계 곡물 시장과 에너지 공급망을 자극해 국내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는 물론 주요 자산 시장의 수익률을 동시에 뒤흔들 변수다.

역대 가장 강력했던 1877~1878년 엘니뇨 당시에는 인도, 중국, 브라질 등지에서 극심한 가뭄과 대기근이 발생해 50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당시 지구 인구의 3~4%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역사학계와 대기과학계는 당시의 참사가 기후적 요인 외에도 식량을 강탈하고 현지 유통망을 무너뜨린 제국주의 식민지 수탈 구조가 피해를 키운 인재(人災)였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고도화한 국제 공조 체계와 식량 비축 시스템이 작동하는 현대 사회에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인명 피해가 재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전 지구적 공급망이 촘촘하게 얽힌 현재, 국지적 기후 충격이 발생한다면 그 경제적 파급력은 글로벌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전반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

4000개 기상망이 잡는 실시간 데이터…예측 능력 향상이 방어벽 된다


인류는 과거 기후 위기를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시대와 달리 고도화한 과학 기술로 무장했다. 1870년대에는 엘니뇨의 개념조차 없었으나, 현대 과학은 실시간 감시망을 통해 위기를 미리 인지하고 기업과 정부가 대응 전략을 수립할 시간을 벌어준다.

기후 예측의 전기를 마련한 계기는 1982~1983년 찾아온 수퍼 엘니뇨였다. 당시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은 국제사회는 태평양 전역에 해양 관측 부이를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적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1990년대 중반 70여 개에 불과했던 적도 태평양의 관측 장비는 현재 인공위성과 첨단 해양 부이를 포함해 40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ECMWFNOAA 등 최고 기후기관들은 고성능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해 매일 기후 변동을 정밀하게 추적한다. 1997~1998년 당시 수백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막아낸 고성능 예측 시스템은 이제 주간, 월간 단위로 다가올 위험을 경고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뜨거워진 바다와 밸류체인 붕괴…농산물·제조업 덮치는 공급망 쇼크


과거와 비교해 기상 예측 능력은 획기적으로 개선됐으나, 수퍼 엘니뇨 가능성이 유발할 경제적 충격파는 가볍게 볼 수 없다. 지구가 150년 전보다 훨씬 뜨거워진 탓에 기후 고유의 파괴력이 배가됐기 때문이다. 딥티 싱 미국 워싱턴주립대 교수는 "현재 대기와 해양은 1870년대보다 실질적으로 훨씬 따뜻하다"라며 "동시다발적인 다년 가뭄이 재발한다면 그 극단성은 과거보다 더 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기상 이변은 원자재 가격 급등을 유발하는 애그리플레이션(Agriflation)’을 촉발하기 쉽다. 브라질과 남미 지역의 폭우, 동남아시아와 호주의 가뭄은 당장 원당, 커피, 대두 등 주요 농산물 수확량을 급감시킨다. 이는 브라질산 대두 가격 상승이 사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국내 축산 물가를 밀어 올리는 연쇄 효과를 낸다. 제조업 공급망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증권사 원자재 전형 전문가는 "동남아 가뭄으로 수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전력난을 겪을 경우 현지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 패키징 공장의 생산 차질 및 전력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원자재 폭등에서 매크로 긴축으로…자산시장 흔드는 시나리오

엘니뇨 리스크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글로벌 자산 시장의 고차방정식으로 작용한다. 가장 직접적인 경로는 '곡물 가격 상승 → 기대 인플레이션 자극 →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로 이어지는 매크로 금리 경로다. 기후 충격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면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거나 추가 긴축을 고민하게 되고, 이는 글로벌 기술주를 비롯한 위험자산 전반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압박으로 이어진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은 무역수지 악화와 통화 가치 하락, 채권금리 급등이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주식시장 내부에서는 섹터별 희비가 명확히 갈릴 전망이다. 곡물가 상승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 음식료 업종은 원가 부담에 시달리는 반면, 곡물 트레이딩 기업이나 비료·농약 섹터, 대체 에너지원 수요 증가에 따른 자원 개발 기업들은 단기 수혜를 입는 분화 흐름이 나타나기 쉽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자산 포트폴리오 내 가치주와 성장주 비중을 재조정하는 선제적 헷지 전략이 필요하다.

기후 경제학 시대, 내 자산을 지키는 실전 금융 지표 3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투자자와 소비자가 자산 방어를 위해 실시간으로 추적해야 할 3대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UN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가격지수다. 글로벌 곡물과 유지류 가격 추이를 통합 반영하는 지표로, 국내 가공식품 물가와 마트 장바구니 가격 향방을 2~3개월 선행한다. 최근 3개월간 완만한 둔화세 추세이지만, 곡물 부문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둘째,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원당·커피 선물 가격이다.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한 기호식품 원자재의 가격 등락을 뜻하며, 제과·제빵 및 커피 유통 기업들의 마진율과 주가 흐름을 결정짓는다. 현재 동남아 가뭄 우려 반영으로 연초 대비 변동성 15% 이상 확대되고 있다.

셋째, 호주 기상청 및 브라질 국가공급공사(Conab) 강수 편차(Anomaly).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기상 이변과 생산 차질 여부를 직접 입증하는 데이터로, 글로벌 농산물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리스크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현재 호주 밀 주산지 강수량이 평년 대비 20% 밑돌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인류는 과거보다 똑똑해졌고 바다를 더 잘 이해한다. 그러나 더 뜨거워진 지구와 유기적으로 얽힌 글로벌 밸류체인은 작은 기후 충격도 거대한 신용 위험이나 매크로 쇼크로 증폭하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다가오는 엘니뇨 리스크는 단순한 기상 이변을 넘어, 현대 금융 시스템의 자산 배분 지도를 흔드는 가장 리얼타임 경제 안보 변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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