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른풀 넥스트, 발데마르스비크에 '1호 승인' 신청…연 15TWh 전력 생산
2045년까지 대형 원전 10기급 확충 로드맵…K-원전 시공 역량 시험대
2045년까지 대형 원전 10기급 확충 로드맵…K-원전 시공 역량 시험대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3일(현지시각) 세계원자력뉴스(WNN)와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에너지 기업 케른풀 넥스트(Kärnfull Next)는 동남부 발데마르스비크 지역에 SMR 단지 건설을 위한 정부 승인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이번 신청은 스웨덴 정부가 원자력 시설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신규 법안을 시행한 이후 접수된 첫 사례다. 특히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어, 한국 건설업계의 북유럽 원전 시장 선점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잠들었던 1970년대 부지'의 부활…4~6기 SMR로 남부 전력난 해소
이번 사업은 케른풀 넥스트의 프로젝트 법인인 '리펌 말마(ReFirm Målma AB)'가 주도하며, 외스테르예틀란드주 발데마르스비크 인근 말마 지역을 거점으로 삼았다. 이곳은 1970년대 조사 당시 이미 원전 적지로 판명됐으나 탈원전 기조 속에 방치됐던 곳이다. 반세기 만에 SMR이라는 첨단 기술을 입고 화려하게 부활하는 셈이다.
케른풀 넥스트는 해당 부지에 4기에서 최대 6기의 경수로형 SMR을 배치해 해마다 10~15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크리스티안 쇠란데르(Christian Sjölander) 케른풀 넥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신청은 개념 단계에 머물던 SMR이 공식 인허가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스웨덴 남부에 화석 연료 없는 안정적인 기저 부하(Base Load)를 공급하는 핵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GE히타치 '원팀' 전략…'묶음 건설'로 경제성 한계 돌파
SMR 시장의 최대 걸림돌인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른풀 넥스트는 글로벌 파트너십과 규모의 경제를 택했다. 2022년 3월 미국 GE히타치 뉴클리어 에너지와 차세대 노형인 'BWRX-300' 도입 협약을 맺은 데 이어, 2024년 12월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시공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실전 배치 준비를 마쳤다.
주목할 점은 이번 사업이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케른풀 넥스트는 스웨덴 남부 여러 곳에 SMR 파크를 동시에 조성하는 '리펌 사우스(ReFirm South)'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동일 노형을 반복 건설하고 시공 파트너와 금융 조달 체계를 공유해 비용을 낮추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추가부지에 대한 승인신청을 이어가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파 연합의 '원전 유턴' 가속화…2045년까지 10기 확충 시나리오
이러한 움직임은 2022년 10월 출범한 스웨덴 우파 연합 정부의 강력한 원전 장려 정책과 맞물려 있다. 스웨덴 정부는 2035년까지 대형 원전 2기 규모의 신규 용량을 확보하고, 2045년까지는 SMR을 포함해 총 10기 규모의 원전을 추가 가동하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8월 신규 원전 건설 기업에 대한 국가 지원금 지급 법안을 시행했으며, 인허가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영 기업 바텐팔(Vattenfall)이 주도하는 컨소시엄도 이미 지난해 12월 링할스 지역에 GE베르노바 히타치나 롤스로이스 SMR 도입을 위한 지원금을 신청하는 등 스웨덴 내 원전 수주전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스웨덴 원자력 기술 서비스 기업 스투스빅(Studsvik)이 케른풀 넥스트를 인수한 점도 사업 추진력에 힘을 보탠다. 기존 원전 유지보수 강자가 신규 개발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설계부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견고한 SMR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평가다.
'K-원전' 시공 역량, 북유럽판 '원전 르네상스' 주도할까
스웨덴의 이번 SMR 승인신청은 유럽 원전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건설업계에 중대한 분수령이다. 삼성물산이 파트너로 참여한 사업이 현지 '1호 승인신청'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국내 기업의 시공 역량이 유럽 시장에서 실질적인 신뢰를 확보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원자력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한 건설 사업 이상으로 평가한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SMR은 대형 원전 대비 건설 기간이 짧고 유연한 배치가 가능하지만, 아직 상업적 운전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이라며 "삼성물산과 같은 글로벌 시공사가 참여해 공기(工期)와 예산을 관리하는 능력을 보여준다면 향후 유럽 내 추가 수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요한 브리츠(Johan Britz) 기후환경부 장관 대행에게 전달된 이번 신청서가 얼마나 신속하게 최종 승인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유럽 내 '원전 르네상스'가 구호를 넘어 실제 전력망 연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전 세계 에너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