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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봉쇄, 세계 식량 안보까지 위협… 비료 공급망 '비상'

전 세계 비료 수출 30% 담당하는 걸프 지역 고립… 요소 가격 일주일 새 33% 폭등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생산 비용 동반 상승… 밀·옥수수 등 주식 가격 인상 ‘경고등’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의 지도가 2025년 6월 22일에 제작된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의 지도가 2025년 6월 22일에 제작된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의 시선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대란’에 쏠려 있는 사이, 또 다른 거대한 위기인 ‘식량 공급망 붕괴’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유로뉴스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시작된 이란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석유와 가스뿐만 아니라 세계 농업의 핵심 원료인 비료 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슈퍼마켓의 식탁 물가를 뒤흔드는 ‘식량 인플레이션’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비료의 30%’가 지나는 유일한 통로… 요소 가격 600달러 돌파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출의 30%, 천연가스 공급의 20%를 처리하는 요충지이지만, 동시에 세계 비료 수출의 최대 30%를 담당하는 핵심 경로이기도 하다.

최근 이 지역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며 보험료와 화물 요금이 급등하자 해운사들이 운항을 중단했고, 이는 즉각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비료의 주원료인 요소(Urea) 가격은 지난주 톤당 450달러에서 최근 600달러 이상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연안국들은 연간 1,500만 톤 규모의 요소와 암모니아 등을 생산해 인도, 미국, 브라질 등 주요 농업국에 공급한다. 해협 봉쇄는 이들 국가의 농작물 수확량 유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 에너지와 식량의 연결고리… ‘천연가스’가 흔드는 농가 경제

식량 위기의 배경에는 에너지 가격과의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질소 비료 생산 비용의 약 70%는 천연가스가 차지한다. 이란 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비료 제조 원가 자체가 천문학적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의 조셉 글라우버 명예연구원은 "석유는 비축분으로 단기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비료 시장은 완충 장치가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비료는 저장 비용이 비싸 파종 주기에 맞춰 ‘주문 제작’ 방식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배송 중단 사태는 농민들이 파종 시기를 놓치게 하거나 생산 계획을 포기하게 만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식탁 물가 습격하는 인플레이션…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호르무즈 적대 행위가 장기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비료값 상승은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을 올리고, 이는 다시 빵, 파스타, 감자 등 주식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대두유와 동물성 사료 가격이 오르면서 유제품과 육류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글라우버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농장 생산 이후의 운송 및 가공 비용까지 증가하면 소매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 세계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강력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호르무즈 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와 식량 자원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게 호르무즈 봉쇄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한국 역시 비료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요소 가격 폭등은 국내 농가의 생산비 상승과 직결된다. 이는 하반기 채소 및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 물가 안정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밀과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가격이 자극받으면서 국내 라면, 제과, 제빵 등 가공식품 업계의 원가 압박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는 가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유가 100달러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물류비용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고물가-고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대비한 시나리오 경영이 절실한 시점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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