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중동발 ‘퍼펙트 스톰’에 갇힌 세계 경제… 공급망 붕괴에 한국 반도체·소재산업 ‘비상’

호르무즈 해협 봉쇄 공포에 알루미늄·헬륨 공급망 ‘동시 마비’… 항공운임 100% 폭등
두바이 등 환승 허브 공항 4만 편 결항 사태,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글로벌 물류 생태계 붕괴 위기
원자재 수급난이 불러온 제조 원가 상승 압력, 국내 반도체 및 방산 업계에 수익성 악화 경고등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벌이는 전쟁이 전 세계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며 글로벌 경제 지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벌이는 전쟁이 전 세계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며 글로벌 경제 지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벌이는 전면전이 글로벌 비즈니스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에너지 가격 폭등과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단절을 초래하며 전 세계 기업 경영에 ‘적색신호’를 켰다.
로이터 통신은 10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중동 항로와 영공 폐쇄가 가져온 산업별 피해 현황을 집중 조명했다. 국내 반도체 및 물류 업계 전문가들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이번 사태는 1970년대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공급망 대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하늘길 막힌 ‘중동 허브’… 항공운임 2배 폭등에 글로벌 관광산업 고사 위기


중동 전역의 영공이 폐쇄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환승 거점인 두바이와 도하 국제공항이 사실상 마비됐다. 현재까지 취소된 항공편만 약 4만 편에 달하는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항공업계가 직면한 최대 규모의 가동 중단 사태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던 중동 노선이 끊기자 항공운임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항공업계 내부에서는 특히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는다. 전쟁 발발 이후 항공유 가격은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루프트한자(Lufthansa)와 위즈에어(Wizz Air) 등 유럽계 항공사들은 신속하게 항로를 우회하며 대응하고 있으나, 연료비 위험 분산(Hedging) 전략에 소홀했던 미국 항공사들은 경영상 막대한 타격을 입을 처지다.

중동이 수년간 공들여 쌓아온 ‘안전한 고급 휴양지’ 이미지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연간 3670억 달러(약 54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중동 관광 시장은 이미 두바이 주요 쇼핑몰의 영업 중단 등 실질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알루미늄·헬륨 등 핵심 원자재 ‘돈 주고도 못 구해’… 제조 공급망 셧다운 공포

산업계의 더 큰 고민은 원자재 수급이다.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의 8%를 담당하는 걸프 지역의 생산 시설이 멈춰 섰다.

카타르의 카탈룸(Qatalum) 제련소가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알루미늄 바레인(Aluminium Bahrain)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불가로 선적 중단을 선언하며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발효했다.

이로 인해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알루미늄 가격은 수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필수 소재인 헬륨은 대체재가 없는 품목인데, 주요 생산국인 카타르로부터의 공급선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국내 한 반도체 소재 기업 관계자는 "중동발 물류 대란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의 단가 상승은 물론 공정 차질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들 또한 필수 부원료인 황의 75%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전 세계적인 이차전지 공급망으로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위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의 실전 투입


이번 전쟁은 현대전의 양상도 바꿔놓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등 전통적 전력 외에도 이란의 설계를 응용한 저비용 공격용 드론을 대거 투입했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앤스로픽(Anthropic)의 인공지능 '클로드(Claude)'가 군사 작전에 활용됐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펜타곤은 최근 앤스로픽을 ‘공급망 리스크’ 대상으로 지정하며 정부 계약업체들의 기술 사용을 금지했다. 이는 민간 기술의 군사적 활용 한계와 국가 안보를 둘러싼 갈등이 표출된 사례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주요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긴급 소집해 군수물자 보충을 독려한 것은 이번 전쟁이 소모전 양상으로 흐르며 글로벌 방산 공급망을 압박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장기화되는 공급망 불안, 공급선 다변화가 생존 열쇠


이번 중동 전쟁은 글로벌 분업 체계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단순히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박을 넘어, 특정 지역에 쏠린 핵심 원자재와 물류 인프라가 분쟁에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에너지경제 전문가들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원자재 수급 경로를 다변화하지 못하면 제조 원가 상승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연쇄 도산 우려도 있다"고 경고한다.

앞으로 전쟁의 향방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동을 우회하는 대체 물류망 확보와 원자재 비축량 확대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