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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호르무즈 도박... 에너지 종말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주유소마다 줄 서나... 유조선 통항 94% 증발에 글로벌 물가 ‘퍼펙트 스톰’ 예고
카타르 LNG 중단에 아시아 ‘가스 대란’ 비상... 25일 이상 막히면 세계 경제 마비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과 반다르아바스 항구 일대의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과 반다르아바스 항구 일대의 전경.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 이후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유례없는 공급 중단 위기에 직면했다.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세계 에너지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기능을 멈추면서, 글로벌 경제는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대공황 급의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 글로벌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가 3월 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나흘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통항량은 94%나 급감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핵심 요충지로, 현재 이곳이 군사 작전 구역으로 변하면서 1,800만 배럴의 원유 수송이 매일 차단되고 있다.

멈춰버린 세계 최대 LNG 기지와 아시아의 패닉


이번 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가스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인 카타르의 라스 라판(Ras Laffan)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이는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는 규모로, 전례가 없는 초유의 사태다. 이에 따라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단 하루 만에 22% 폭등했으며, 카타르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파키스탄(99%), 인도(50%), 중국(30%) 등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 수입처를 찾기 위해 밤샘 총력전에 돌입했다.

트럼프의 자신감 뒤에 숨은 ‘셰일 혁명’의 완충력


이처럼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브렌트유 84달러)가 이전 위기만큼 폭등하지 않은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도의 전략이 깔려 있다. 미국은 ‘셰일 혁명’을 통해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모했으며, 현재 미국 내 생산량이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자급자족 능력과 베네수엘라의 원유 흐름, 그리고 우회 파이프라인 등이 공급 부족을 메워줄 수 있다는 판단하에 군사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봉쇄 장기화 시 닥칠 ‘25일의 파국’ 시나리오


문제는 시간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공급망 마비가 며칠 이상 지속될 경우 통제 불능의 카오스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25일을 넘길 경우, 저장 공간이 꽉 찬 산유국들이 강제 감산에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유가 100달러 돌파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전쟁이 이란 내부 시설 타격으로 확산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불리시(Bullish)’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아시아 경제의 사활이 걸린 대체 수입처 확보 전쟁


에너지 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한 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중동을 넘어 미국, 호주, 아프리카산 원유와 가스를 고가에라도 조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대만과 한국 정부는 이미 비상 수급 대책에 착수했으며, 3월 물량을 앞당기기 위해 수출국에 긴급 요청을 보낸 상태다. 하지만 대체 수입처의 조달 비용과 천문학적인 해상 보험료 인상은 결국 국내 소비자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괴물’의 귀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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