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고리 끊는 '회색지대 전술'…미국의 '개입 의지' 시험대
韓 공급망도 '시한폭탄'…전략 서두르는 日, 침묵하는 정부
韓 공급망도 '시한폭탄'…전략 서두르는 日, 침묵하는 정부
이미지 확대보기이 조치의 표적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다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시사한 사건의 본질은 중일 갈등이 아니다. 이번 조치의 실제 표적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을 압박해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흔들릴 때 미국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동맹국을 경유해 패권국을 겨냥하는 간접 공격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알고 있다. 베이징은 미국의 패권이 미국 단독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것이다. 동맹이 위기 초기에 얼마나 빠르고 일관되게 결속하느냐, 그리고 미국이 그 결속을 실제 행동으로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희토류 수출 통제는 바로 그 결속과 개입 능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선택된 수단인 것이다.
희토류 수출 통제는 왜 군사 공격보다 더 위협적인가
희토류 수출 통제가 위협적인 이유는 즉각적인 파괴력이 아니라, 결단하는 것을 마비시키는 데서 찾아야 한다. 군사 공격은 명확한 적대 행위로 인식되는 만큼 즉각적인 대응을 촉발한다. 반면 희토류 통제는 경제 조치라는 외피를 쓰고 진행되기 때문에, 공격을 받고 있으면서도 아직 전쟁은 아니라는 착각을 낳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피해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 자동차와 반도체, 방위 산업과 에너지 전환 분야가 동시에 흔들리고, 기업과 노동, 금융과 지역 경제가 연쇄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책임은 분산되고, 안보 결단은 경제 안정 논리에 의해 뒤로 밀리고 있다. 이때 미국의 개입은 군사적 선택이 아니라 동맹국의 경제 붕괴를 감수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노리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인 것이다.
일본은 대상이 아니라 미국을 시험하기 위한 리허설이다
일본은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피해자처럼 보이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실험대에 가깝다. 중국은 일본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보다, 일본이 흔들릴 때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즉각 개입해 동맹의 경제적 피해까지 함께 감당할 의지를 보인다면 억지는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주저하거나 시간 끌기에 들어가는 순간, 억지는 사실상 붕괴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일본 산업이 압박을 받고 여론이 분열되며, 동맹 의존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는 모습 자체가 중국에겐 유의미한 신호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신호가 긍정적으로 읽히는 순간, 같은 방식의 압박은 다른 동맹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예외가 아니라 첫 순서다.
한국은 다음 차례가 아니라 같은 시험선 위에 서 있다
문제는 중국이 압박을 가할 것인가가 아니다. 문제는 그 압박이 시작될 때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여지가 남아 있는가다. 희토류 수출 통제는 군사 충돌 없이도 정책 선택을 강제하는 수단이다. 사전에 대비하지 않은 국가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자율성을 상실한다.
우리의 결론은 분명하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일본을 겨냥한 경제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개입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패권 전쟁의 개시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이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아직 총성이 없다는 이유로 위기의 강도를 낮게 평가하는 순간 패배는 구조적으로 확정된다.
한국의 국익은 이 전쟁을 남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가에 있지 않다.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지 않는 억지 설계를 지금 시작하는가, 아니면 압박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는가에 달려 있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는 국가는 가장 강한 국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전쟁을 가장 먼저 전쟁으로 인식한 국가일 것이다. 전략을 앞당기는 일본과 달리 조용한 이재명 정부가 우려되는 이유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