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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한국 반도체, '메모리 패권' 넘어 AI·파운드리 전방위 지배 노린다

SK하이닉스 HBM 독주 속 삼성전자 파운드리 반격…2030년 D램 점유율 70% 상회 전망
DB하이텍·매그나칩 전력 반도체 '조용한 약진'…메모리 변동성 넘는 다각화 생태계 구축
SK하이닉스가 2025년 3월 세계 최초로 공개한 12단 HBM4. 한국 반도체 산업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AI 메모리 리더십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다각화, DB하이텍·매그나칩의 전력 반도체 육성을 통해 2030년 글로벌 시장의 핵심 인프라를 장악한다는 구상이다. 사진=SK하이닉스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가 2025년 3월 세계 최초로 공개한 12단 HBM4. 한국 반도체 산업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AI 메모리 리더십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다각화, DB하이텍·매그나칩의 전력 반도체 육성을 통해 2030년 글로벌 시장의 핵심 인프라를 장악한다는 구상이다. 사진=SK하이닉스
2020년대 중반을 넘어서는 지금,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승부처는 '누가 오늘을 지배하느냐'가 아닌 '누가 내일의 주인이 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의 모멘텀이 유지된다면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단순히 미래의 일부가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미래를 직접 정의하게 될 것이라고 IT 전문매체 올어바웃서키츠가 16일(현지 시각) 전망했다.

메모리의 '제2의 르네상스'와 HBM의 절대 우위


인공지능(AI) 모델이 거대화되고 에너지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AI 서버 내 메모리의 위상은 조연에서 주연으로 격상됐다. SK하이닉스는 생산량·기술력 그리고 엔비디아(NVIDIA)와 같은 AI 하드웨어 거물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12단 HBM4 샘플을 출하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2030년까지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며 한국이 'AI 연료'의 불가결한 공급원임을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HBM4를 넘어 2030년께 개발될 것으로 보이는 HBM5 세대에 이르기까지 이 부문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분야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초반 HBM 경쟁 열세를 딛고 빠르게 추격 중이다. 삼성의 로드맵에는 수직 적층 HBM과 첨단 열 패키징 기술이 포함돼 있으며, 특히 냉각 솔루션 기업인 플래크트그룹(FläktGroup) 인수는 삼성이 칩뿐만 아니라 칩이 작동하는 환경까지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양사의 활약으로 2030년 한국의 D램(DRAM) 시장 점유율은 7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낸드플래시 또한 하이퍼스케일 AI에 최적화된 기업용 SSD를 중심으로 점유율 성장이 기대된다.

파운드리 추격과 전력 반도체라는 '조용한 현금 줄'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업계의 거물 TSMC를 상대로 험난하지만 결연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테슬라와 체결한 165억 달러 규모의 커스텀 AI 칩 생산 파트너십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는 변곡점이 되고 있다. 2026년부터 본격 가동될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팹이 3나노 공정의 수율을 안정화하고 첨단 패키징 기술을 도입한다면, 2030년 삼성 파운드리는 글로벌 시장의 5~8%를 점유하며 고성능 자동차와 AI 추론 칩 분야의 특화된 파트너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거물들이 AI에 매달리는 사이 DB하이텍과 매그나칩(Magnachip) 같은 기업들이 아날로그·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조용한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기차와 로봇공학에 필수적인 이 분야에서 DB하이텍은 1200V SiC MOSFET 파운드리 공정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문성을 쌓고 있고, 매그나칩은 전력 부품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2030년 이들은 글로벌 아날로그·전력 반도체 시장의 3~5%를 확보하며 경기 변동에 강한 안정적인 수익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30년이 반드시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 기업들의 자급자족 가속화로 인한 공급 과잉 리스크, 미·중 기술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AI 붐의 일시적 정체 가능성은 여전한 불안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궤적은 명확하다. 단순한 메모리 강국을 넘어 AI, 모빌리티, 에너지 효율을 아우르는 전체 컴퓨팅 스펙트럼의 '필수 불가결한 리더'로 진화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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