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10%포인트 뒤처져…현대차 전략 수정 불가피
관세 역전 땐 수출 최대 22% 감소…부품업계도 구조조정 압박
관세 역전 땐 수출 최대 22% 감소…부품업계도 구조조정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회동한 뒤 미국으로 수출되는 유럽산 자동차를 포함한 EU 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협정을 타결했다. 기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 25%에서 10%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유럽 언론들은 이번 합의의 최대 수혜자가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주 일본이 얻은 15%의 자동차 관세율과 동일한 관세율을 확보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같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 발등의 불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EU와 비교해 평균 5%가량 저렴한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왔지만, 관세 구조가 불평등해질 경우 분리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어서다.
앞서 일본산 자동차가 10%의 관세 인하에 성공하며 이미 한국산 차량보다 한 대당 약 3000달러(약 400만 원)가 저렴해질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급상승했다는 일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같은 관세 기준이 곧 EU에도 적용되면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한국 25%, 일본 15% 관세가 각각 적용된다면 이론적으로 쏘나타는 3만3625달러, 캠리는 3만3005달러로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일본 차보다 한국 차 가격이 더 비싸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가격 동결 정책을 통해 영업이익의 손해를 감수하고 시장 저변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신차 평균거래가격(ATP)은 3만7497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했다. GM이 같은 기간 7.4%, 토요타가 1.6% ATP를 인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정공법을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상태라면 가격정책 수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부품업계에도 큰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준폐쇄적인 구조로 형성돼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 구조상 현대차와 기아가 현지 생산라인과 현지 공급망을 확보하게 되면 우리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경우 새로운 공급망 확보를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겠지만, 국내 부품업계는 이런 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면서 "이번 관세 협상을 계기로 국내 완성차 업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25% 관세가 부과된다면 현행 가격을 유지하며 버틸 수도 있겠지만 수익성 면에서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10%의 관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