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美, 우크라 '스타링크' 차단 검토...광물 협상 새 변수로

미국, 핵심 광물 확보 위해 강경책 시사
전쟁 장기화 속 미·우크라 갈등의 골 심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드론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동안 밤하늘에 추적기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드론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동안 밤하늘에 추적기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 통신은 22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협상단이 우크라이나에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하며 '스타링크' 접속 차단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초기 제안을 거부한 후 양국 간 협상에서 '스타링크' 서비스 지속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스타링크'는 전쟁으로 통신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서 군과 민간에 필수적인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다.

보도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를 북극성처럼 여긴다"며 "이를 잃는 것은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스 켈로그 미국 우크라이나 특사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동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됐으며, 미국 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즉각적인 서비스 중단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직후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SNS에 해당 기사가 거짓이라고 반박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막대한 광물 자원이 자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쟁 지원금 상환 조건으로 5,000억 달러 규모의 광물 자원을 요구한 것을 거부하며, 미국이 구체적인 안보 보장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주 젤렌스키 대통령은 흑연, 우라늄, 티타늄,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의 50%를 미국에 공급하는 내용의 구체적인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선거 없는 독재자'라고 비난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가 "러시아의 허위 정보 거품에 갇혔다"고 맞받아치며 양국 정상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스타링크'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의 통신망 복구를 위해 머스크가 긴급 지원한 서비스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후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방식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2022년 가을에는 서비스 접속을 차단한 적도 있다.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가입비를 대신 지불해왔으며, 앞으로도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노력을 지지하는 한편, 머스크의 경영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대서양협의회의 멜린다 헤링 연구원은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작전에 필수적"이라며 "이를 잃는 것은 전황을 뒤바꿀 수 있는 중대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해상 드론, 감시 드론, 장거리 무인 항공기 등 다양한 드론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타링크'는 이들 드론 운용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워싱턴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 백악관, 미 국방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러시아 국영 통신은 러시아와 미국 협상단이 2주 안에 추가 회담을 열고 갈등 종식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가을 동맹국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핵심 광물 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승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광물 협상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그리고 '스타링크' 서비스가 실제로 중단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