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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구조적 디플레이션, 글로벌 경제 새로운 '불확실성'

26개월째 생산자물가 하락...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도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2-16 07:59

중국 베이징의 한 야외 시장에서 가판대에 진열된 야채를 보고 있는 여성.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의 한 야외 시장에서 가판대에 진열된 야채를 보고 있는 여성. 사진=로이터
중국 경제가 심각한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 하락) 위험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중국의 제조업 부문에서 26개월 연속 생산자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구조적 경제 문제의 징후로 평가된다.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2.5% 하락했으며, 소비자물가지수(CPI)도 0.2% 상승에 그쳐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포괄적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명목GDP/실질 GDP)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긴 6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제조업 전반의 심각한 과잉생산이 디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다. 제지업계 선두기업인 산둥성 첸밍 제지는 생산능력의 75%를 폐쇄해야 할 정도로 위기에 처했다. 자동차 산업은 2200만 대의 내수 시장에 4000만 대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기차 부문의 설비가동률은 47.5%에 그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2024년 전체 밸류체인 생산량이 50% 증가할 전망이나,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가격은 이미 40% 이상 하락했다. 철강 산업도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출이 전년 대비 36% 증가하며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중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국채 수익률을 밑돌았다. 이는 투자자들이 중국의 장기 성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다.

중국 정부는 금리 인하와 지방정부 부채 구조조정 등 다양한 대응책을 시행 중이다. 2025년 예산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으로 확대하고, 5조 위안 규모의 지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단기적 금융 위험 관리에 그쳐, 소비 진작이나 구조조정과 같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2025년 트럼프의 재집권은 중국 경제에 새로운 위협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최대 60%의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학자들은 이 경우 중국의 전체 수출이 6%포인트 감소하고 실질 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 무역전쟁 재점화는 수출 감소와 과잉생산 심화로 이어져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이러한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한국의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 등 주력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25년에도 중국 생산자물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글로벌 물가 안정에 긍정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수요 감소로 국제 유가가 배럴 당 70달러대로 하락하는 등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다.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은 각국의 소비자물가를 낮춰 글로벌 인플레이션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여건을 조성하고 소비자 구매력 증가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향후 글로벌 경제는 중국발 디플레이션과 미·중 갈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은 공급망 재편과 산업 경쟁력 강화로 새로운 도전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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