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김 사장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침체기)이라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대규모 수주를 연이어 따내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기업 비전도 선포했다. 올해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김 사장은 김종현 전 사장, 권영수 전 부회장에 이어 제3대 LG에너지솔루션 사장으로 취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분사해 출범했다. 올해로 출범 4년 차다. 김 사장은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 이후 정식으로 이사회에 합류했지만, 수장의 역할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수행했다.
김 사장은 회사를 1년 동안 이끌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먼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는 전기차 캐즘이 불어닥쳤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08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전기차를 선보인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상기후의 심각성이 커지자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9년 연 200만대 수준이었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2년 1000만대, 지난해 1400만대를 돌파했다. 그런 전기차 시장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로 인해 고객사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동화 계획을 뒤로 미루기 시작했고 이들에게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김 사장 부임 첫해인 올해 LG에너지솔루션 경영 실적은 크게 나빠졌다. 영업이익은 1분기 1573억원, 2분기 1953억원을 각각 실현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2%, 58% 줄었다. 3분기에도 역성장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제외하면 3분기 연속 적자이기도 했다. 전임자였던 권 전 부회장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 모습이었다. 또 김 사장은 구성원들과 성과급 관련 논란도 있었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입지를 더 높여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굵직굵직한 수주를 연이어 따낸 것을 비롯해 기업 비전을 선포하며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에만 르노, 벤츠, 포드, 리비안 등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미국 재생에너지 업체 테라젠,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와도 각각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공급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첫 기업 비전인 '에너지로 세상을 깨우다'를 선포하고 2028년 매출 약 67조원 이상, 10% 중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김 사장은 "우리는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업계 리더로서 위상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