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원전 정상화 작업이 신한울 원전 1·2호기의 본격 가동과 3·4호기 착공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원전 수주 관련 연이은 낭보가 날아들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주도의 팀 코리아가 체코 원전 건설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 해외 원전 수출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전체 사업비 20조원 규모의 불가리아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국내 건설사들의 유럽 등 원전 수출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이 탈원전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동유럽 지역도 오는 2030년까지 상당수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어서다.
특히 지난 2022년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파동 사태로 원전이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전력 소모가 많은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으로 세계 각국에서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전력 수요가 형성되고 있는 점도 원전 산업 부활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 차원의 탈(脫)탄소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원전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발표한 넷제로 로드맵에서 오는 2050년까지 세계 원전 용량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흐름 속에 유럽의 경우 체코와 불가리아를 제외하고도 네덜란드, 루마니아, 영국, 우크라이나, 스웨덴, 슬로베니아, 터키, 폴란드 등의 국가에서 원전 수요가 있음을 공식화하고 있다. 즉, 발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단 이야기다.
또 유럽에선 대형원전과 함께 소형모듈원자로(이하 SMR)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영국이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건설사 중 현대건설이 최근 불가리아 원자력 공사와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 공사의 설계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원전 수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공사를 수주하며 신시장을 개척했던 현대건설이 최근 유럽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건설의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전 시공 경험이 풍부한 현대건설은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계획하며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지난 2022년 4월 한전원자력연료, 같은 해 6월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전문성을 갖춘 곳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동유럽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원전 수주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런 노력은 올해 2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 결실을 맺었다.
이후 현대건설은 지난 8월 국내 건설사 최초로 티유브이 슈드(TÜV SÜD)로부터 원자력 공급망 품질경영시스템 ISO 19443 인증서를 받으며 경쟁력을 높이는 등 준비를 계속했다.
ISO 19443은 원자력 공급망의 안전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해 고안된 원자력 품질관리 국제표준으로 유럽의 주요 원전 운영 및 발주 국가에서 원전 사업 참여의 기본 조건이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최근 불가리아 원자력 공사와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의 설계 계약을 체결하며 성과를 거뒀다.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공사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올해 1단계 설계에 착수하고 2단계인 EPC의 본계약은 내년 말께 체결한 후 오는 2035년 준공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 사업을 수행한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소피아에 지사와 현장 사무실을 공동 개소하고 순조롭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지속적인 해외 수주를 노릴 계획이다.
한편 현대건설은 대형 원전과 함께 SMR 시장도 공략할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원자력 전문 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의 영국 법인인 홀텍 브리튼과 함께 영국 원자력청이 주관하는 SMR 기술 경쟁 입찰 프로그램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다.
문용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yk_11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