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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유동성 급속 증가...인플레 재점화 우려에 '연착륙' 의문

초과준비금 4조 돌파와 M2 증가세, 물가 상승 압력 재점화 우려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0-16 17:37

유동성 증가가 다시 인플레이션 우려를 야기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동성 증가가 다시 인플레이션 우려를 야기한다. 사진=로이터
최근 미국 경제의 '연착륙' 희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유동성의 급격한 증가가 인플레이션 재점화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면서 투자자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주식과 채권 시장, 나아가 경제 흐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배런스의 14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채권시장에 감지되는 신호들이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지난달 꾸준히 상승해 4.072%를 기록했으며, 5년과 10년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도 각각 2.25%와 2.33%로 초여름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함을 시사한다.
또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024년 10월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은행의 초과준비금(Excess Reserves)도 사상 최고치인 4조2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말 대비 1조7000억 달러 이상 증가한 수치로, 금융시스템 내 유동성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초과준비금의 폭등은 은행들이 대출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M2 통화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9월 기준 M2 통화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7% 증가한 20조700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후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전년 대비 증가세로, 경제 전반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동성 증가는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 연준의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 회복세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2024년 들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은행들이 대출 확대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2024년 9월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해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늘어난 유동성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유동성 증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지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우려가 대표적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제시하는 경제 정책들 역시 잠재적인 유동성 확대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유동성 증가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는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S&P500 지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으며, 특히 금융과 부동산 섹터의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1970년대 '고물가 경기 침체' 사례를 상기시키며 통제되지 않은 유동성 증가가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 가계 순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식시장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동성 증가로 인한 시장 변동성은 개인 자산과 소비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2분기 미국 가계 순자산은 164조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이 중 약 4분의 1이 주식 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의 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초과준비금의 폭등은 잠재적인 시한폭탄과 같다"며 "연준이 이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할 경우 1970년대 같은 고물가 경기 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최근의 정치적·경제적 동향도 유동성 증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경제 공약이 추가적인 재정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신생아 가정 지원과 주택 구입을 위한 세금 공제를 제안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부유층을 위한 감세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실현될 경우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

또한 최근의 고용시장 동향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9월에 예상보다 10만 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서비스 부문이 특히 호조를 보였다. 이는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을 시사하며, 이로 인한 임금 상승 압력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부두 노동자들의 최근 임금 인상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경제 상황은 유동성 급증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발에 대한 경계를 요구하고 있다. 초과준비금 폭등, M2 통화량 증가, 채권시장의 움직임, 거시경제 지표, 대선 이슈, 글로벌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물가 상승 압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소비자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경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과 투자자들은 이러한 유동성 증가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주시하며 신중한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연준의 정책 결정과 실물경제로의 유동성 유입 속도가 향후 경제 궤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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