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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믿었는데"…블리자드, 인수 직후 대거 감원·대작 개발 취소

게임 사업부에서 1900명 감원…전직원 8.6% 수준
블리자드 현직 대표, 창립 멤버 등도 감원 포함돼
AAA급 오픈월드 게임 IP '오디세이' 개발 백지화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4-01-28 12:02

액티비전 블리자드 사옥 전경. 사진=액티비전 블리자드이미지 확대보기
액티비전 블리자드 사옥 전경. 사진=액티비전 블리자드
687억달러(약 92조원)대 '세기의 빅딜'의 주인공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되자마자 감원, 프로젝트 취소에 휘말렸다.

CNBC와 BBC 등 외신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MS는 총 2만2000명 수준의 게임 사업부의 8.6%에 해당하는 약 1900명을 감원했다. 대부분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임직원이었다.

IT 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필 스펜서(Phil Spencer) MS 게임사업부 대표는 25일 사내 공지를 통해 "당사와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지속 가능한 경영 비용 관리 차원에서 중복되는 사업 영역을 파악, 약 1900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퇴사하게 된 이들에게 법규에 따라 퇴직금 등 적법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감원은 특히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됐다. 마이크 이바라(Mike Ybarra) 블리자드 대표는 25일 X(트위터)를 통해 "오늘이 블리자드에서 나의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린다"고 발표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MS 산하 엑스박스 사업부에서, 그 이후에는 블리자드에서 근무해왔으나 인수와 함께 회사를 다시 떠나게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리자드가 신규 오리지널 IP로 준비하던 가칭 '오디세이'역시 개발이 전면 중단됐다. 오디세이는 블리자드가 2022년 1월 발표한 '새로운 AAA급 오픈월드 생존게임'으로, 감원 직전까지 100명 이상의 개발진이 참여했던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마이크 이바라 블리자드 대표(왼쪽)와 필 스펜서 MS 게임사업부 대표. 사진=블리자드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 이바라 블리자드 대표(왼쪽)와 필 스펜서 MS 게임사업부 대표. 사진=블리자드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등 여러 대작 IP를 거느린 게임사로 특히 중국,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자연히 MS의 이번 조치에 게임업계인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블리자드 게임들이 부진했던 만큼 MS가 거액에 인수한 것이 호재가 되길 바랐다"며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옛 IP를 살려내긴 커녕 신작 IP마저 축소한다고 하니 막연한 희망조차 가질 수 없게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필 스펜서 MS 게임사업부 대표는 MS가 액티비전 인수를 준비하던 2022년 말, 미국 매체 와이어드(Wired)와 인터뷰에서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블리자드의 전략 게임들은 중요한 프랜차이즈이자 유산"이라며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아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이 IP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직후, 지난해 11월 열린 발표 행사 '블리즈컨 2023'에선 디아블로와 오버워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하스스톤' 등 워크래프트의 파생작들에 대한 발표만 이뤄졌을 뿐 '스타크래프트' IP에 대한 새로운 발표는 없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가 개발사 인수할 때, 일반적으로 경영진 교체를 동반하진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MS의 이번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라며 "신작 개발 축소 등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는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MS 측의 이번 감원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마이크 이바라 대표 외에도 블리자드의 창립 멤버인 앨런 애덤(Allen Adham) 최고디자인책임자(CDO) 또한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더 버지는 스펜서 대표 외에도 매트 부티(Matt Booty) MS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총괄의 사내 발표 문건을 공개했다. 그는 "취소된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인력들은 향후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유망한 신규 프로젝트에 배치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펼쳐질 어려운 시기를 고려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 양해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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