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4년 대통령 선거 재출마를 위해 미국 공화당 후보 경선에 뛰어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76)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민사 소송에서 패소했다.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9일(현지시간) E 진 캐럴(79)이 제기한 성폭행 소송에서 트럼프의 성폭행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결했으나 성추행과 폭행 및 명예 훼손 사실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트럼프는 캐럴에게 500만 달러(약 66억 3000만원)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하라고 배심원단이 명령했다.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으나 배심원단은 캐럴이 이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캐럴을 성적으로 학대했고, 그 이후 이 사실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캐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결했다. 미 법원이 소송에서 트럼프의 성 비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SNS를 통해 성폭행 주장을 부인하면서 '사기'와 '거짓말' 등의 표현을 사용해 캐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결했다. 트럼프가 고의적이고, 증오와 악의에 따른 행위를 했다고 배심원단이 판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야 하는 5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약 26억 5000만 원)는 성추행과 폭행에 대한 보상이고, 2만 달러(약 2600만 원)는 성추행에 대한 징벌적 배상이다. 명예 훼손에 대한 보상액은 270만 달러(약 35억 8000만 원)였고, 명예 훼손에 대한 징벌적 배상액은 28만 달러(약 3억 7000만 원)이다.
배심원단은 남성 6명과 여성 3명으로 구성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에 "난 그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모르고, 이번 평결은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자 불명예"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변호인단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