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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결사 반대'하는 MS의 액티비전 인수, 日中은 '나몰라라'

"클라우드 게임 시장 독점 우려"…거부당한 '세기의 빅딜'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5-02 14:00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진=AP통신·뉴시스
미국과 영국 규제 당국의 연이은 반대로 게임업계 '세기의 빅딜'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인수의 영향을 받을 MS의 라이벌로 미국 내 업체들 외에도 소니·텐센트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본·중국 정부는 오히려 이번 인수를 막는 데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국 경쟁·시장관리국(CMA)은 최근 "MS가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으며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다면 이러한 지위를 더욱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계약을 최종적으로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CMA는 앞서 9월, 인수 계약의 1차 심사 결과 승인을 거부하고 심층 조사에 나섰다. 올 2월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게임 자회사를 분사, 일부만 인수하는 방안 등 타협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는데,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유럽 연합(EU) 집행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일부를 떼어내자는 의견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이를 일축했다.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CMA의 최종 결정에 반발하며 "항소를 통해 이번 결정을 취소하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스미스 부회장은 "CMA가 클라우드 기술 시장의 실질적 모습을 잘못 바라보고 내린 결정으로 보이는 만큼 실망을 감출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CMA의 인수 거부에 앞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해 12월, MS의 액티비전 인수를 취소하라는 내용의 소장을 자국 행정법원에 제출했다. 해당 재판의 첫 심리가 오는 8월 2일 시작되는 만큼 MS는 서구권 양대 시장의 규제 당국과 동시에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대표작들의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액티비전 블리자드 대표작들의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

MS는 지난해 1월,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 전량을 687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82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게임업계 역대 최대 규모 거래이자 MS의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투자로 이른바 '세기의 빅딜'로 주목받았다.

소니는 MS의 콘솔 게임 엑스박스(Xbox)와 직접 경쟁하는 플레이스테이션이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제작한 액티비전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을 고려, 이번 인수를 적극 반대했다. 미국 빅테크 중 MS의 가장 직접적 라이벌로 꼽히는 알파벳(구글)은 FTC 측에 관련 자료를 전달하며 이번 인수에 간접적으로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 내 대형 게임사 EA(일렉트로닉 아츠)·T2(테이크 투 인터랙티브)를 비롯한 대형 게임사들은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 슈트라우스 젤닉 T2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번 인수에 반대하는 게임사는 사실상 한 곳 뿐"이라며 우회적으로 소니를 저격하는 등 인수가 이뤄져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투자 전문지 딜리포터에 따르면 중국의 빅테크이자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 또한 이번 인수를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분석사 이쿼티 리포트는 중국 법조계 관계자 2인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는 이번 인수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3월 말, 소니의 입장과는 반대로 "이번 인수가 시장 경쟁 상황을 해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인수를 승인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수 시장은 홈그라운드 이점에 힘 입어 플레이스테이션이 Xbox에 비해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사진=영국 경쟁·시장관리국(CMA)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영국 경쟁·시장관리국(CMA)

투자·법조계 전문가들은 영국 CMA의 거부로 인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사실상 좌절됐다고 바라보고 있다. 앞선 FTC의 행정법원 고소의 경우 MS 측의 승소 가능성이 높았던 반면, CMA와의 법정 다툼은 반대로 MS의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윌리엄 코바칙 전(前) FTC 회장은 이에 관해 "FTC가 연방법원이 아닌 행정법원에 고소한 것은 직접적인 반대라기보다는 시간을 끌며 타국 규제 당국의 행동을 촉구하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었다"며 "장기적으로는 MS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MS가 CMA의 결정을 상대로 제기할 항소에 관해 더그 크루츠 TD코웬 연구원은 "MS의 승률이 10%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루 크럼 스티펠 연구원은 "FTC와의 소송전에서 MS가 이긴다 해도 영국이라는 중요한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평했다.

FTC와 CMA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영국의 정책 컨설팅사 타소 어드바이저리의 벤 그린스톤 이사는 "CMA가 게임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정당하나 그 방향성이 잘못됐다"며 "이번 결정은 영국 내 게임 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저하,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계에선 야당인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FTC의 결정에 반대하는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의 마리아 캔트웰 민주당 상원의원도 "소니의 독점적 관행이 일본 내 MS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웨드부시 시큐리티의 마이클 패처 이사는 항소가 실패한다 해도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MS가 영국 내 '게임 패스'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 게임들을 제거하는 내용의 타협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영국 내에서의 성장은 제한되겠지만, 인수는 마무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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