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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2년차…러시아 경제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

러시아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몇 달간은 전 세계적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러시아에 손을 들어주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좋은 시절은 끝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접어들면서 서방의 제재는 더욱 거세지고, 믿었던 러시아의 주수입원인 가스나 석유 수입이 압박을 받고 경제는 장기 저성장 궤도로 빠르게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가장 큰 수출품인 가스와 석유는 주요 고객들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에 따라 정부 재정도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는 지난 11월 이후 달러 대비 20%이상 폭락했고, 징집 공포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해외로 떠나게 하고, 젊은이들의 전시 동원으로 러시아 노동력은 급격히 위축되었다. 이런 불확실성은 사업 투자를 더욱 억제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발발 직후 러시아를 떠난 한 러시아 중앙은행 전 관리는 "러시아 경제가 장기적인 후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전망했다.

군사 강국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단기간 위협이 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하다는 징후는 아직 없지만, 주수입원의 급감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민간인 지원 각종 보조금 및 사회적 지출과 급증하는 군사 지출 간의 조화를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원자재 대기업을 이끄는 러시아 억만장자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이번 달 러시아의 현금, 돈이 마르고 있다고 경고하며, "내년에는 돈이 씨가 마를 것이다. 외국투자자들이 절실하다"고 경제대책회의에서 지적했다고 한다.
이웃 유럽 시장을 상실하고, 다른 서방 투자자들은 속속 철수하면서 러시아는 더욱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남부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경제 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가 실현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영국 런던 국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마리아 샤기나는 "단기적인 러시아의 회복력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상황은 어둡다. 모스크바는 훨씬 국내지향적으로 바뀌고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할 것이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유럽 지원을 막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유럽연합 각국은 푸틴 대통령의 의도대로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보다 새로운 천연가스나 석유 공급처를 찾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러시아 가스의 유럽 공급은 대부분 멈춰섰고, 전쟁 초기 급등하던 천연가스 가격은 이전보다 더 하락했다. 러시아는 이제 6월까지 석유 생산량을 이전 수준에서 5% 더 감산하겠다고 발표하고, 세계시장에서 더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까지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수입은 지난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고, 예산 적자는 더욱 심화됐다. 재정 격차는 첫 두 달 동안 340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러시아 GDP의 1.5% 이상에 해당한다.

러시아 정부는 위기 대응 주요 수단의 하나인 국부펀드 투자에 더 깊숙이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는 여전히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280억 달러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국부펀드에는 147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 인도에 석유 판매를 늘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중국은 러시아에 서방 부품을 제공하기 위한 일부 개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경제적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경제가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며, 경제적 위협에 대한 자국 정부의 효과적 대응을 강조한다.

푸틴 대통령의 20년 장기 집권 기간 석유와 가스 수출 수입은 러시아인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면서 야권으로부터 저항을 반감시킬 수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2014년 이후르부터 인플레이션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 성장률을 약 3.5%로 추정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생산성 저하, 기술적 낙후와 고립으로 현재 잠재 성장률이 약 1%로 떨어졌다고 말한다.

전 러시아 중앙은행 관리는 "러시아 경제에서 1%는 아무것도 아니다. 심지어 유지 수준도 못된다"고 말했다.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 정부의 석유 및 가스 세수는 줄고, 정부는 적자 예산을 짜야 하고,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고 있다.

이달 러시아 중앙은행은 수출 감소, 빠듯한 노동 시장, 그리고 정부 지출 증가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은 2월에 전년 동월 대비 약 11%를 기록했다. 그 수치는 향후 몇 달 동안 일시적으로 4% 아래로 떨어지겠지만,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급등한 물가에 따른 기저 효과 때문일 것이라고 러시아 중앙은행측은 밝혔다.

러시아 산업 전반은 1993년 통계 발표 이래 최악의 노동 위기에 처해 있다고 모스크바의 가이다르 경제정책연구소는 주장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전쟁 이후 인재 탈출, 지난 가을 30만 명 동원령 등으로 기업의 약 절반이 노동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자물쇠 수리공, 용접공, 기계 조작자의 수요가 높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한 항공기 제작 공장을 방문, 노동력 부족 사태로 군 장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복무 연기를 위한 우선 직업군 목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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