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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완성차의 깊은 우정, 중국이 흔든다

포드, SK온 배터리 품질 공식적으로 문제 삼아
SK온, LG엔솔 미 포드·GM과 합작공장 건설 무산 또는 보류
배터리 결함 가능성으로 생산이 중단된 포드 F-150 라이트닝. 사진=포드이미지 확대보기
배터리 결함 가능성으로 생산이 중단된 포드 F-150 라이트닝. 사진=포드
국내 배터리 업체와 글로벌 자동차 업체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수년간 쌓아온 우정에 금이 가고 있다. 제품 공급, 합작 공장 설립으로 관계를 다져온 이들에게는 어색한 모습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빠른 성장이 배경으로 꼽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포드는 자사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배터리 화재를 이유로 중단했다. 이에 대해 포드는 "완성차 품질 검사 중 화재가 발생했고 옆의 차로 불길이 번졌다"며 "차량 생산 중단은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생긴 것은 포드의 설명 때문이다. 단순히 차량에 문제가 있어 생산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배터리 화재'로 원인을 단정 지었다. 배터리 회사를 저격했다고 볼 수 있다. 포드 F-150 라이트닝에는 SK온의 NCM9 배터리가 탑재된다. SK온 배터리의 품질 문제로 차량에 화재가 발생해 생산을 멈췄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또 배터리 문제가 지난달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포드가 지난달 배터리의 성능 저하 방지를 위해 일부 차량의 부품을 교체했다"며 "약 100여 대의 차량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배터리 품질 문제가 일회성이 아니라 여러 번 발생했던 것이다.
더불어 앞서 발생한 배터리와 완성차 업체 간 협력 무산 또는 결별 소식도 전해지면서 업계 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튀르키예에 예정된 합작공장 프로젝트가 무산됐고, LG에너지솔루션도 GM과 미국에 짓기로 한 네 번째 공장 설립도 연기됐다.

SK온과 포드의 경우 협력을 오랜 기간 이어온 것은 아니다. 논의가 오간 것은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할 때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협력에 나선 것은 지난해 7월 조인트벤처(JV)인 블루오벌에스케이 설립부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지난 2009년 GM 쉐보레 전기차 볼트EV에 배터리를 독점으로 공급한 이후 현재까지 협력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배터리와 완성차 업체 간 불협화음으로 인해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제는 ‘협력관계’였지만, 오늘은 ‘경쟁자’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 배터리 업체의 부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CATL, 배터리와 전기차를 모두 생산하는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성장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전 세계 배터리 사용량 순위를 보면 10위권 안에 중국 업체만 6곳이다. 한국과 일본이 차지했던 과거 배터리 시장과는 다르다.

특히 위협이 되는 것이 배터리다. 중국이 만드는 배터리는 LFP(리튬·인산·철)로 한국 배터리 업체가 주력으로 만드는 NCM(니켈·코발트·망간)보다 주행 거리가 짧고 출력이 약하지만, 안전성이 높고 수명은 길다. 화재 위험도 덜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좋아 가격이 높아진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소비자와 완성차 업체에 비용을 줄여준다는 장점도 있다.
포드가 CATL과 손을 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로이터 통신은 "미시간에 포드와 CATL의 합작공장이 들어서면 포드는 2026년까지 전기차에서 최대 8% 수익을 낼 수 있는 배터리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도 "이번 합작의 목표는 전기차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협력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유는 동일하다. 포드는 SK온의 배터리 문제를 언급하기 이틀 전인 13일(현지 시간)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중국 CATL과 미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시작한 가격인하 경쟁이 다른 브랜드로 번지고 있다"며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결국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이어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만드는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만드는 NCM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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