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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의 '헤어질 결심'...한국GM과 결별할까

산은, 국정감사서 한국GM 등 7개사 보유지분 매각 방침 밝혀
경영권 없는 일부지분에 악화된 경영성과로 매각 어려울 수도
GM그룹의 산은 보유 지분 인수 시 철수 막을 인계선 사라져

서종열 기자

기사입력 : 2022-11-16 08:00

한국GM 부평공장 내 디자인센터 조감도. 사진=한국GM이미지 확대보기
한국GM 부평공장 내 디자인센터 조감도. 사진=한국GM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결국 한국GM과 헤어질 결심을 굳혔다. 산은이 보유 중인 한국GM의 지분 17.02%를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밝혀서다. 이에 산은과 한국GM의 20년에 걸친 인연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달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보유 중인 7개 기업에 대한 지분 매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이 진행 중인 대우조선을 비롯해 금호타이어,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KG스틸(옛 동부제철), 서진캠, 환영철강공업, 한국GM 등의 보유 지분을 빠른 시간 내에 민간에 매각할 방침이라고 공개했다.
이 중 재계의 눈길을 끈 곳은 한국GM이다. 25년째 한국GM 지분을 보유 중인 산은이 이번에는 진짜로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산은은 지난 2018년 한국GM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소 2028년까지 한국GM 지분을 보유한다는 '10년 지속가능성 보장(이하 10년 약정)'을 미국의 GM그룹과 합의한 바 있다. 아직 10년 약정의 기한이 5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지분 매각 방침이 공개되자 산은이 먼저 한국GM에서 손을 떼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GM과 산은의 20년 인연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시작됐다. IMF 사태로 대우그룹이 부도나면서 계열사인 대우자동차(현 한국GM)가 법정관리를 받게 됐는데, 이때 산은이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대우차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후 대우차는 2002년 GM그룹이 승용차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GM대우로 사명을 변경했고, 당시 산은은 29.9%의 지분율을 보유하면서 GM그룹과 산은의 동행이 시작됐다.

꾸준하게 이어졌던 한국GM과 산은의 인연은 2018년 한국GM 구조조정 이후 악화됐다. GM그룹은 당시 GM대우의 R&D 부문을 분할해 별개의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이를 놓고 당시 노조와 산은, GM그룹이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노조와 산은은 GM그룹이 R&D 부문을 신설한 후 생산 부문에서 완전 철수할 것을 우려했다. 실제 GM그룹은 호주와 독일에서 각 정부의 만류에도 사업철수를 강행한 바 있다.
결국 산은은 GM그룹에 '10년 보유' 약정을 내걸고 R&D법인(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출범을 승인했다. 대신 GM그룹은 한국GM에 10년 일감을 확보해 주기로 했고, 7조6648억원의 설비투자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군산공장이 폐쇄된 후 매각됐다.

이후 잠잠했던 양측의 관계는 산은이 지난달 국정감사 과정에서 한국GM의 지분을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GM 역시 오는 26일로 예정된 부평2공장 가동중단 소식에 관심을 받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산은의 보유 지분 매각 결정에 산은이 한국GM에서 먼저 손을 떼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8년 GM그룹과 맺은 '10년 약정'의 시한이 아직 5년이나 남은 상항에서 산은이 먼저 보유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이번에는 산은이 한국GM과의 인연을 정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그러나 산은의 한국GM 지분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경영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17.02%에 달하는 지분을 사들일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사모펀드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GM그룹이 82.98%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경영권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은의 지분을 인수할 곳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한국GM의 경영실적도 산은의 지분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GM은 2013년 적자전환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인 상태다. 지난 8년간 누적된 연결기준 영업손실액만 3조775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연결기준 결손금도 4조5404억원이다.

강경 성향의 노조 역시 한국GM 지분매각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목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한국GM과 KDB산업은행의 20년 인연. 정리=서종열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한국GM과 KDB산업은행의 20년 인연. 정리=서종열 기자


반면 GM그룹이 반대로 산은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GM그룹은 지난 2012년 산은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GM 지분 17.02%와 신탁계정의 우선주 100%(32만5414주)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산은이 보유하고 있던 비토권(거부권)을 무산시키고,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됐다.

관련업계 역시 산은의 한국GM 지분 매각 가능성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산은이 한국GM 지분 매각 방침을 밝혔지만, 곧바로 매각 절차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산은은 몇 차례에 걸쳐 한국GM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국GM의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힌 산은 역시 일단은 경영정상화가 우선이라는 반응이다. 매각방침은 확고하지만,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제값을 받기 위해서라도 경영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산은이 이번에는 한국GM 지분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이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공공기관들의 자산매각을 밀어붙이면서 산은 역시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게다가 산은의 수장으로 올라선 강석훈 회장이 본인의 3년 임기 안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 산은은 오랫동안 끌어왔던 대우조선 매각 방침을 결정한 후 곧바로 한화그룹에 매각을 단행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의 한국GM 지분 매각 방침은 한국GM의 경영성적과 현재의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헐값에 매각하기도 어려워 실제 매각이 진행될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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