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는 120년의 내연기관자동차 역사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두차례의 생산 혁명이 있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첫 번째는 미국 포드자동차가 세계 최초의 ‘국민차’로 불리는 모델T를 통해 선보인 ‘대량생산’ 기법이고 두 번째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창안한 ‘적시생산’ 시스템이다.
포드의 대량생산 방식은 세계 최초로 현대적인 이동식 조립 라인을 생산 현장에 도입한 것으로 오늘날 자동차 생산의 기초가 됐다.
적시생산 시스템은 생산량은 늘리지 않으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때, 필요한 양만큼생산 현장에 투입해 생산 준비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적시에 생산하는 방식으로 '소규모 로트(LOT)' 생산과 '다품종 소량' 생산을 지향한다.
그러나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내연차가 전기차로 전환되기 시작한 현 시점에서는 전기차 시대에 걸맞는 세 번째 생산 혁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테슬라가 추진 중인 ‘제3차 자동차 생산 혁명’의 방향을 마틴 비에카 테슬라 IR 담당 부사장이 최근 공개해 관련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테슬라 생산단가 2017년 8만4000달러 → 현재 3만6000달러
13일(이하 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비에카 부사장은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업계 관계자들만 초청해 개최한 IT 컨퍼런스에서 테슬라가 설정한 향후 5개년 목표의 윤곽을 설명했다.
비에카 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그 목표의 핵심은 테슬라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당 생산단가를 최대한 떨어뜨리는 것. 대당 생산단가를 낮추는 일은 무엇보다 생산량을 늘려야만 가능하다.
그는 테슬라가 이미 생산단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여왔고 실제로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예컨대 지난 2017년 테슬라 전기차의 대당 생산단가는 8만4000달러(약 1억1700만원)였으나 올들어서는 3만6000달러(약 5000만원)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는 것.
그러나 테슬라는 이 정도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비에카 부사장은 “테슬라의 첫 조립공장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의 환경은 단가를 낮추는게 한계가 있다”면서 “중국 상하이의 기가팩토리3와 독일 베를린의 기가팩토리4에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기가팩토리5에서는 생산단가를 낮추는 일이 가능하다”고 밝혀 이들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단가 줄이기에 팔을 걷어붙일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현재 테슬라 전기차의 절반가량을 생산하고 있는 프리몬트 공장의 생산비중을 줄이는 대신 기가팩토리3, 기가팩토리4, 기가팩토리5의 생산비중을 비약적으로 늘려나감으로써 전체적인 생산단가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비에카 부사장은 이 과정을 통해 생산단가를 3만6000달러 밑으로 더 떨어뜨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에카 부사장 “모델Y, 내년 중 역대급 베스트셀러 등극할 것”
이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진작부터 목표를 밝힌 2만5000달러(약 3500만원) 수준의 전기차를 내놓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머스크는 실제로 지난 2020년 9월 프리몬트공장에서 개최한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 앞으로 3년 안에 이 가격대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비에카 부사장은 머스크가 약속한 2만5000달러대 전기차와 관련해 “그런 차를 결국 내놓겠다는게 테슬라의 입장”이라면서 “다만 현재 모델3와 모델Y의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당장 신차를 내놓을 필요성은 적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준중형 SUV인 모델Y의 경우 “내년 중 모든 차를 제치고 역대급 베스트셀러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비에카 부사장은 2만5000달러대 전기차는 테슬라의 독자적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본격화되기 전에 출시한다는게 테슬라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