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 연예계 진출 러시…"진화한 사이버가수 온다"

IT 업계 화두 가상 인간들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 서비스와 게임·패션 모델·영상 광고 등을 넘어 음반, 연예계 등 주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기 시작했다.

넷마블 가상 인간 '리나(RINA)'는 29일 송강호·비 등과 계약 중인 연예기획사 써브라임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리나는 지난 1월 '오버프라임' 베타 테스트 안내 영상에서 싸이 '뉴 페이스' 곡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으로 처음 대중에게 모습을 선보였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2만명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싸이더스스튜디오X 가상 인간 '오로지'는 지난달 사운드 리퍼블리카와 협업해 오리지널 곡 'Who am I'를 선보였다. 29일 기준 해당 곡은 유튜브서 105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LG전자 가상 인간 '김래아'는 1월 미스틱스토리와 업무 협약을, 스마일게이트와 자이언트스텝이 함께 제작한 가상 인간 '한유아'는 지난달 YG케이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둘 모두 가수로 데뷔할 예정이며, 이중 한유아는 지난달 25일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가상 인간들의 엔터테인먼트계 진출에 업계 일각에선 '사이버가수 아담'의 부활이라는 말도 나온다. 아담은 1998년 1월 '세상엔 없는 사랑'이란 곡을 내며 데뷔했으나 약 2년만에 활동을 멈췄는데, AI 기반 TTS(Text to Speech) 기술로 합성한 음성을 이용하는 가상 인간과 달리 실제 가수의 음성을 활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사이버가수 아담의 '적자'라고 볼 수 있는 이들은 실제 인간이 모션 캡처 기반 아바타를 내세워 활동하는 이른바 '버추얼 유튜버'로, 틱톡서 260만 팔로워를 보유한 '아뽀키', 디오비스튜디오 버추얼 가수 '루이', 6인조 버추얼 유튜버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등이 대표적이다.
TTS 기술를 활용한 노래가 성공을 거둔 사례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일본에서 '가상 캐릭터 신드롬'을 일으켰던 하츠네 미쿠 등 보컬로이드가 대표적인 사례로, 2007년 출시됐던 하츠네미쿠는 지난해까지도 일본·중국·미국·유럽 등에서 자신의 대표곡을 시연하는 홀로그램 콘서트를 개최해왔다.

인스타그램서 300만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의 가상 인간 '릴 미켈라'는 2년 전부터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미켈라가 2020년 3월 공개한 'Speak Up' 뮤직 비디오는 유튜브에서 70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릴 미켈라는 인권·인종차별·환경 문제 등 사회 이슈에 대한 발언을 통해 사회의 호응을 얻기도 한다"며 "가상 인간은 실제로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IT 업계 화두인 메타버스 안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라고 서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대를 너무 앞선 시도였던 '사이버 가수'가 기술 발전으로 가능해진 것을 넘어 이제 '가상 인간'들이 주류 음악 시장을 넘보는 시대가 왔다"며 "이미 가상 인간 앵커·아나운서 등도 보편화된 만큼, 음악 분야에서도 '불쾌한 골짜기'가 허물어지는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