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게임사 넥슨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3N'이라 불리는 업계 라이벌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연이어 대형 신작을 선보이는 동안 넥슨은 넷게임즈 신작 '블루 아카이브'를 선보이고 일본의 섬잽에서 개발한 '코노스바 모바일' 퍼블리시를 맡는 것에 그쳤다.
넥슨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202억 엔(2조 3154억 원), 영업이익 885억 엔(930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 2264억 엔, 영업이익 958억 엔에 비해 매출은 약 3%, 영업이익 약 8%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 넥슨 측은 "회사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혁신 속도가 늦춰지지 않도록 지난 2020년부터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넥슨은 그 해 계열사들의 힘을 모아 '데브캣', '니트로 스튜디오' 등 신규 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 말 넥슨지티와 넷게임즈를 합친 '넥슨 게임즈'가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8월 신작 쇼케이스서 "게임의 완성도를 우리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가 돼야 유저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넥슨은 '던전 앤 파이터(던파) 모바일'과 'DNF 듀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프로젝트D' 등 주요 신작들의 테스트를 거치면서 예열을 마쳤다.
넥슨은 올해 신작 라인업의 키워드로 ▲명작 IP 모바일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게임 ▲대형 MMORPG 등 세 가지를 꼽았다. 1분기 출시를 앞둔 '던파 모바일'을 필두로 10여 종 게임을 연달아 출시, '신작 대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넥슨과 계열사 네오플을 대표하는 '던전 앤 파이터'는 올해 신작 라인업에 있어 핵심 IP가 될 전망이다. 신작 행렬의 포문을 열 '던파 모바일'은 16년 전 원작의 액션성을 살리기 위해 자동 전투 기능을 배제하는 한 편, 원작과 다른 오리지널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로 차별화를 노린다.
'던파 모바일'은 지난해 11월 25일 사전 예약을 개시했다. 윤명진 네오플 디렉터는 "성장과 파밍 등 게임 본연의 재미를 즐기는 것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발에 매진해왔다"며 "과거 던파의 향수는 물론, 모바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의 또 다른 대표 IP '마비노기'와 '테일즈 위버' 역시 모바일 게임으로 재단장한다. '마비노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동건 데브캣 대표가 총괄을 맡은 '마비노기 모바일', 신규 개발 본부에서 개발 중인 '테일즈위버: 세컨드런' 모두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은 또 다른 던파 IP 기반 게임 'DNF 듀얼'이 앞장선다. 넥슨과 일본 개발사 아크시스템웍스, 에이팅 등이 함께 개발 중인 격투 게임으로, 지난달 플레이스테이션(PS) 이용자 대상으로 공개 베타 테스트를 마쳤으며 출시 예정 시점은 올 여름이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카트' IP를 맡은 니트로 스튜디오의 차기작이다. 지난해 소니 발표 행사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소개돼 글로벌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PC·콘솔 멀티 플랫폼 게임으로 출시된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슈팅 게임들도 나란히 출격을 앞두고 있다. 넥슨이 2019년 인수한 스웨덴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는 지난해 '더 게임 어워드(RGA)'에서 협동 슈팅 게임 '아크 레이더스'를 깜짝 공개했으며,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넥슨지티는 5:5 PvP(Player vs Player) 3인칭 슈팅 게임 '프로젝트 D(가칭)'를, 넷게임즈는 3인칭 루트 슈터(아이템 파밍 등 성장 요소가 있는 슈팅 게임) '프로젝트 매그넘(가칭)'을 개발 중이다. '프로젝트 D'는 올해 출시 예정이며, '매그넘'의 출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넷게임즈는 '매그넘' 외에도 올해 출시를 목표로 PC·모바일 크로스 플랫폼 MMORPG '히트 2'를 개발 중이다. 2016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수상한 '히트(Heroes of Incredible Tales)'의 후속작으로, 대규모 전투와 이용자 사이 상호작용을 핵심 콘텐츠로 한다.
'히트2' 개발 총괄은 2020년 게임 대상을 수상한 모바일 MMORPG 'V4' 개발을 지휘했던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가 맡고 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넷게임즈만의 RPG 성공 방정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흥행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넥슨은 기존 유명 IP와 무관한 오리지널 IP 기반 모바일 MMORPG도 '프로젝트 ER(가칭)'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넥슨 신규개발본부가 맡은 해당 작품의 핵심 콘텐츠는 공성전으로, 최상위권 이용자 외에도 다양한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성전의 대중화'를 핵심 테마로 한다.
김대훤 신규개발본부 부사장은 "이번 프로젝트에 넥슨 역대 최대 규모의 개발진이 참여했다"며 "서사가 담긴 스토리와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담은 블록버스터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이러한 신작들 외에도 정식 출시를 앞둔 '메이플스토리' 기반 샌드박스 플랫폼 '프로젝트 MOD' 콘텐츠 제작 공모전 '크리에이터스 인비테이셔널 2021'을 진행 중이며, 해당 행사를 위한 신년 파티 '2022 플레이 파티'을 7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그랜드체이스', '엘소드' 등을 개발한 게임사 코그가 '그랜드체이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 중인 차기 3인칭 액션 게임 '커츠펠'을 2022년 안에 선보이는 한 편 3D 백병전 PvP 게임 '프로젝트 HP(가제)', 영국 유명 IP '워해머'를 기반으로 한 RPG 신작 등을 내년 이후 선보일 계획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