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펄어비스·엔씨소프트(NC)·컴투스·크래프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올해 연달아 미래 사업 육성 등을 위해 새로운 사옥·시설 세우기에 나섰다.
구로동 신사옥에 지난 3월 입주한 넷마블은 자회사 넷마블F&C의 메타버스 사업을 위해 지난 11월 광명역 인근에 내년 상반기 내 마무리를 목표로 '메타버스 VFX(시각 효과) 연구소' 건립을 개시했다.
넷마블이 노리는 메타버스는 '메타 휴먼'을 기반으로 한 가상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다. 메타 휴먼은 그래픽과 음성 모두 AI(인공지능), 딥러닝으로 꾸민 가상 인간으로, 일반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동한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이미 국내 게임계의 '화두'가 된지 오래다. 넷마블과 메타버스 엔터 사업 관련 협업을 맺은 카카오 그룹에서도 넵튠이 지난해 11월부터 '수아'를 운영 중이며, 스마일게이트 게임 캐릭터 '한유아' 또한 지난 8월 인플루언서로 공식 활동을 개시했다.
영국 시장 조사업체 온바이에 따르면, 미국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대명사'릴 미켈라(Lil Miquela)'는 지난해 약 900만 달러(10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싸이더스가 지난해 8월 론칭한 국내 대표 가상 인간 '오로지'는 데뷔 후 1년 동안 광고 매출로만 약 10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지상 15층 규모 신사옥을 건립 중인 펄어비스 또한 사업비 300억 원을 들여 안양 부근에 지상 5층 규모 아트센터를 건립 중이다. '아트센터'의 주요 시설은 VFX, 모션 캡처 등 '메타버스 VFX 연구소'의 구성과 유사하나, 게임 그래픽 기술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펄어비스가 바라보는 '메타버스'는 신작 '도깨비'에 집중돼있으며, 엔터 분야와 직접 연관되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초 미국 메타버스 엔터사 '하이퍼리얼'에 투자한 데 이어 지난 10일 '더 게임 어워드'서 '도깨비' 캐릭터들이 등장한 뮤직 비디오를 선보이는 등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NC는 엔터 사업과 게임을 연결지어 메타버스에 뛰어들 계획이다. 홍원준 N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서 "NC가 운영 중인 케이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는 일종의 메타버스"라며 "궁극적으로는 유니버스와 게임을 연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NC는 지난 4월 약 4189억 원을 들여 삼성물산,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과 더불어 경기도 분당 소재 2만 5719 제곱미터 규모의 토지를 매입했다. 전체 토지 중 50%를 활용, 글로벌 RDI(연구개발혁신)센터를 2026년까지 세울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NC가 바라보는 혁신과 메타버스는 엔터·게임 외 블록체인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NC는 메타버스 외에도 내년 상반기 안에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P2E(Play to Earn)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NC 외에도 컴투스 역시 게임·엔터·블록체인을 아우르는 '메타버스'를 바라보고 있다. 컴투스가 구축하려는 메타버스 경제 플랫폼 '컴투버스(Com2Verse)'는 콘텐츠·블록체인은 물론 커뮤니티·비즈니스 등을 모두 아우르는 '라이브 투 언' 생태계다.
컴투스 그룹 모회사 게임빌은 지난달 말 '컴투스홀딩스'로 사명을 변경, 지주사로서의 위치를 다지며 그룹 전체 역량을 모으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컴투스는 그룹 전체가 입주하기 위한 신사옥을 세우기 위해 1559억 원을 들여 서울 을지로 3가의 약 1만 제곱미터 부지 매입에 나섰다.
크래프톤 역시 지난달 이마트 성수점 부지 매입에 2900억 원을 투자했다. 소유권 이전 예정일은 내년 1월, 투자 목적은 회사 장기 거점과 글로벌 이용자와 온·오프라인 접점을 넓히기 위한 복합문화시설 조성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메타버스' 분야에 있어 게임 쪽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컨퍼런스 콜서 배동근 CFO는 "우리가 바라보는 메타버스는 딥 러닝 AI 기반 '인터랙티브 버추얼 월드'"라며 "게임의 재미, 몰입감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내년 안에 유의미한 결과물을 팬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