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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마'가 불법도박 조장? 합법화한 외국은 건전성 높아져

■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말산업, '온라인 마권(馬券)'이 답이다(중)
김승남·오영훈 의원, 27일 '경마산업 정상화를 위한 긴급좌담회' 개최
마사회 "온라인 경마 합법화 필요"...시민단체도 "조건부 찬성" 선회
농식품부 "여론상 시기상조"...업계 "해외선 오히려 불법도박 축소" 반박

김철훈 기자

기사입력 : 2020-07-22 09:30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서 무관중 경마가 펼쳐지는 모습. 사진=한국마사회이미지 확대보기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서 무관중 경마가 펼쳐지는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존폐 위기를 맞은 국내 말(馬)산업을 살리기 위한 각계의 논의가 활발해질 조짐이다.

지난 20일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한국마사회 등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과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오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마산업 정상화를 위한 긴급좌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좌담회에서는 위기에 빠진 말 산업의 여러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온라인 마권(馬券) 발매(온라인 베팅)' 합법화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오프라인(경마장·장외발매소)에서만 마권 발매가 허용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경마공원과 장외발매소가 계속 폐쇄되는 한 경마를 정상화할 방법은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말산업 규모에서 경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87% 차지하고 있어 말 농가, 말 장구제작, 승마 등 국내 말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마 정상화가 필수적이다.

마사회는 경마 정상화와 국내 말산업 보호를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 합법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말산업은 경주마 생산, 사료작물 재배, 말 장구제작, 승마 등 1~4차 산업을 망라하는 융복합산업이자 경주마 수출 등 성장잠재력이 큰 산업"이라며 "국내 말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온라인 마권 발매 합법화를 통한 경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말산업계 관계자도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과 복권(로또)은 온라인 구매가 허용되는데, 말산업 파급효과가 큰 경마는 온라인 구매를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박 중독을 우려해 온라인 베팅 허용을 반대해 온 시민단체도 예전보다 유연해진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어 제도 도입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중독예방시민연대 대표인 김규호 목사는 "온라인 불법도박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합법도박을 키워야 한다"며 "도박예방, 치료, 재활장치를 완벽히 만들어 놓는다는 조건 하에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자는 '조건부 찬성'이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감위도 공식적으로는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사감위 관계자는 "온라인 베팅 허용 여부는 법개정이 필요한 입법사항"이라고 전제하면서 "장외발매소 수를 줄이기로 합의한다면 온라인 베팅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농식품부는 여전히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대응 단계별로 경마장을 여는 것을 검토할지언정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는 것은 그 자체를 아예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장외발매소에 주민 반발도 큰데 온라인 발매를 허용하면 여론이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코로나19와 관계없이 국민 여론상 온라인 발매를 검토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여론을 반대 근거로 돌렸다.

그러나, 이같은 농식품부의 입장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말 산업계의 시각이다.

말 산업계에 따르면, 장외발매소를 주민들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자신의 동네에 도박장이 생기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온라인 베팅이 허용되면 오히려 오프라인 장외발매소는 설 자리가 없어져 지역주민의 여론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게 말 산업계의 설명이다.

장외발매소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접근 편의성을 높여 사행심을 키우고 도박중독자를 늘릴 수 있다고 제기한다. 즉, 온라인 베팅이 장외발매소보다 더 접근 편의성이 높기 때문에 장외발매소의 폐해가 더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사행산업 매출 총량 규제가 시행되고 있어 온라인 경마시장이 커지면 제재를 통해 규모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 산업계는 말한다.

특히, 온라인 베팅은 금융기관 수준의 IT 기술을 활용해 베팅 횟수, 금액, 청소년 접근 등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고, 본인이 자신의 구매 이력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오프라인보다 다양한 중독예방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000년대 온라인 베팅을 허용한 프랑스·독일·이탈리아의 합법·불법 온라인스포츠베팅 시장규모 비교. 자료=Global Betting & Gaming Cunsultants(GBGC) 이미지 확대보기
2000년대 온라인 베팅을 허용한 프랑스·독일·이탈리아의 합법·불법 온라인스포츠베팅 시장규모 비교. 자료=Global Betting & Gaming Cunsultants(GBGC)

합법적으로 온라인 베팅이 가능해지면 덩달아 불법 온라인 도박시장도 성장할 것이라는 우려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감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불법경마시장 규모는 6조 9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91.6%인 6조 3000억 원을 온라인 불법경마가, 8.4%를 오프라인 불법경마가 차지하고 있다. 불법경마는 이미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합법 온라인 경마를 도입해도 특별히 불법 경마의 편의성이 높아질 여지가 없다는 게 말 산업계의 설명이다.

온라인 불법경마가 성행하는 이유는 합법 경마와 달리 베팅 상한이 없고, 환급률이 높고, 온라인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법 경마와 불법 경마는 모두 합법 오프라인 경주를 기반으로 하며, 온라인 경마가 도입돼도 베팅 상한과 환급액 비율은 기존 오프라인 경마와 동일하다.

결국 온라인 합법화로 불법 경마가 더 커질 요인은 없는 반면에 온라인 편의성 때문에 불법 경마를 하는 사람이 합법 경마로 옮겨갈 여지는 있다고 말 산업계는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법경마 이용자 중 70%는 "합법 온라인 베팅 도입 시 불법경마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변했다.

2000년대 들어 경마를 포함해 온라인스포츠베팅을 합법화한 외국 사례에서도 온라인 베팅 합법화가 불법도박 시장규모를 줄이는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세계적 도박산업 통계조사기관인 영국 '글로벌 베팅 & 게이밍 컨설턴트(GBGC)'가 국가별로 경마를 포함한 온라인스포츠베팅 시장을 조사한 결과, 2008년 온라인 베팅을 합법화한 이탈리아, 2010년 합법화한 프랑스, 2011년 합법화한 독일 모두 합법화 첫 해부터 불법 온라인 베팅 시장이 급감하고 합법 온라인 베팅 시장이 성장하는 결과를 보였다.

처음부터 온라인 규제가 없었던 영국은 불법 온라인스포츠베팅 시장이 2012년 기준 합법 온라인스포츠베팅 시장의 2%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미미하고, 1970년대부터 온라인 베팅을 허용한 일본과 홍콩도 2012년 기준 각각 71:29, 57:43의 비율로 합법 온라인 베팅 시장이 불법 시장보다 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불법 경마 규모는 사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6조 9000억 원,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13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합법 경마매출이 7조 3000억 원이었으므로, 국내 불법 경마 규모는 합법 경마와 비슷하거나 훨씬 더 클 수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IT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대부분 경마 시행국은 오프라인 발매 근간에서 온라인 발매 근간으로 전환한 상태"라며 "'온택트 시대'에 경마만 온라인 발매를 불허하는 것은 경마선진국 진입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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