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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M&A 가로막은 정부…몸집키워 글로벌 공룡과 싸워야 하는데

공정위 16일 전원회의 LG U+ CJ헬로 M&A 유보에 초조
SKT-티브로드 합병 건 앞둬 규제 형평성 문제 이슈된 듯
"넷플릭스·유튜브 강세…유료방송 시장 개편 조속히 돼야"

박수현 기자

기사입력 : 2019-10-18 17:05

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전원회의를 통해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 기업결합 심사 결정을 유보하면서 업계에서 유료방송 M&A 속도가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사진은 공정위 건물.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전원회의를 통해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 기업결합 심사 결정을 유보하면서 업계에서 유료방송 M&A 속도가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사진은 공정위 건물.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유료방송업체 간 인수합병(M&A)이 예상외 복병을 만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에 급 제동을 걸면서 유료방송 시장 재편 자체에 꽤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내달로 예정된 디즈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해외 뉴미디어 거인들의 등판을 앞두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유료방송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정위의 이 보이지 않는 M&A 규제 조치가 해외미디어와 대적해야 할 갈길 바쁜 기업들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 LG유플러스-CJ헬로 결합 심의 유보…'규제 형평성' 문제 컸을 듯


18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고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 결정을 유보했다. 공정위는 17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기업결합 건에 대해 유사 건을 심의한 이후 다시 합의하는 것으로 유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 와중에 일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줄 안다. 기업결합에 대한 종합적인 부분을 다시 보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언급한 ‘유사 건’이 이달 말 심의를 앞두고 있는 SKT와 티브로드의 기업결합 심사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심의 유보를 유발한 가장 큰 쟁점 사안은 교차 상품 판매에 대한 부분이다. 지난달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CJ헬로 영업망에서 LG유플러스의 IPTV 상품을 판매하지 않게 하는 방안을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난 1일 SKT의 티브로드 합병 건에 대해서는 티브로드와 SK브로드밴드 모두의 영업망에서 상대 기업의 상품을 3년간 판매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16일 심사 과정에서 같은 유료방송 업계이니만큼 규제에 대한 형평성을 다시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을 것으로 추측했다.

또 케이블TV 업계와의 상생 등을 고려한다고 해도 M&A를 통해 각 기업들이 이루고자 하는 시너지 효과 자체를 없앨 정도의 규제가 필요할 지에대한 부분도 거론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SKT의 경우 (티브로드와) 합병을 하게 되는 것이라 무선사업 1위사업자, 그리고 ‘합병’을 한다는 점에서 LG유플러스-CJ헬로 건보다 더 무거운 규제를 둬야 하는 게 맞다고 판단됐을 것”이라면서 “근데 막상 부과한 ‘상호 교차 판매 금지’ 조건이 두 기업 간 M&A의 의미 자체를 무색하게 할 정도가 되니 공정위 측에서는 LG유플러스에 부과한 규제 자체부터 고민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문제도 있고, M&A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겠지만, 공정위 등 심의기관에서는 다른 분야 기업들의 M&A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유료방송 시장에서 M&A가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넷플릭스 오는데…연내 M&A 못될까 업계 '초조'


정부는 지난 2016년 이통사와 케이블TV 간 결합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SKT와 CJ헬로 간 기업결합에 대한 본 심의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정부는 이통3사와 케이블TV 사업자간 인수합병에 조금 더 우호적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지난 16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이통3사 대표들을 만나 “(유료방송 인수합병에 대해) 국민적 합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예전과 같은 반대가 있지는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기조 변화에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이 있다는 분석이다. 유료방송 시장이 사업자 포화 상태에 이를 정도로 정체된 데다 신산업 인 OTT 분야에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미디어기업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7월 공정위원장과 방통위원장이 모두 공석이 되면서 시간이 일부 지체됐고, 이번에 공정위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M&A 결정을 미루면서 업계는 초조해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들이 강세인 상황에서 무엇보다 정부가 빠른 판단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면서 “규제 부분에서도 핵심 가치인 공공성, 지역성 중요하지만, 해외 강자 기업들과 싸울 경쟁력을 낼 수 있을 정도로는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와 SKT와 달리 M&A를 진행하지 않는 KT 역시 여전히 딜라이브 인수를 목표하고 있다. 그러나 유료방송 합산규제 이슈가 국회에서 발 묶여 있어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다만 지난 8일 KT는 공시 답변을 통해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국회에서 합산규제의 향방이 결정되지 않는 이상, 딜라이브와의 본격 M&A 추진은 불가능하다.

SKT는 지난 17일 티브로드와의 합병 기일을 2020년 1월 1일에서 같은 해 3월 1일로 연기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공정위, 방통위장 선출이 한두달 지연되면서 연 초에 예상했던 합병일보다 늦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해 기일을 연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이달 말 LG유플러스와 SKT의 기업결합 심사 건을 함께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정위의 심사가 끝난다고 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최종 심사가 진행돼야 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연내 M&A 과정이 마무리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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