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사업 비중을 꾸준히 늘리며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해외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온 홍현성 대표와 시너지를 발휘하며 해외수주액이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28일 해외건설통합서비스 수주통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은 22억2091만3000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기간(16억3423만9000달러) 보다 35.89% 증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시작은 지난 1973년 12월 현대건설이 과학기술처로부터 플랜트전문기술용역업 인가를 받아 '기술사업부'를 신설하면서부터다. 이후 인수합병과정을 거처 1982년 초 현대엔지니어링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해 12월 국내 최초 해외사업의 턴키공사 설계를 수주하며 시작됐다. 리비아 미수라타발전소 수주다.
이후 1985년 1월에는 네팔 제5차 전력 사업 수주하며 국내 민간업계 최초로 해외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1992년에는 인도네시아 다라자트 지열발전소 수주를 했고 1999년 인도 타니르 바비 복합 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 이는 세계 최초 바지선 위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공사였다.
이후 꾸준히 다양한 업적을 쌓아가던 현대엔지니어링은 2000년에는 세계 최대의 가스플랜트인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처리시설 2~3단계 공사 설계도 맡았다. 2005년 적도 기니 몽고모 상하수도시설 설계를 시초로 아프리카 진출의 길을 마련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0년 아랍에미리트 윤활기유 생산설비플랜트도 맡아 세계 플랜트 시장 최전방까지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대표와 오랜 기간 해외사업을 수행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회사가 시너지를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홍 대표는 취임 직후인 작년 3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술력을 알리며 미국 엔시나와 폐플라스틱 재활용 플랜트 기본설계용역을 직접 따낸 바 있다.

아울러 현대엔지니어링은 그간 수주한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올해 본격화하면서 실적 또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추진 중인 굵직한 해외사업으로는 △폴란드 최대 규모의 국영정유기업 PKN올레핀 확장공사 △인도네시아 LINE 프로젝트 △에쓰오일에 샤힌프로젝트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 등이 있다.
지난 2021년 수주한 폴란드 PKN 올레핀 확장공사는 에틸렌을 연간 74만톤 규모로 생산하는 2조7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프로젝트다. 에틸렌은 석유화학 단지 내에서 생산된 나프타를 분해해 나오는 원료로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9년 10억유로(한화 약 1조4293억원) 규모의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플랜트 수주 이후 유럽연합(EU) 시장에서 수주를 따낸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폴란드 PKN 올레핀 확장공사 수주로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유럽 석유화학 플랜트 시장을 선도하는 건설사로 이름을 올렸다.
작년에는 7억5700만달러(한화 9120억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LINE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본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북서쪽으로 90km 떨어진 찔레곤(Cilegon) 지역에서 연간 에틸렌 100만톤을 비롯해 프로필렌 52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매머드급 화학단지 건립 사업이다.
이 밖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현대자동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서둘러 짓는다는 방침이다. 이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것이다. 기한 내 조지아주 공장을 지어 현대차의 전기차시장 공략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3월 국내 석유화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 석유화학설비를 건설하는 '샤힌프로젝트' 공사에 착수했다. 샤힌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9조2580억원을 투자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에쓰오일 최대 주주이자 사우디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인 아람코의 국내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26년 완공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플랜트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지난 40여년의 플랜트 기술을 축적한 경험이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전체 해외수주에서 플랜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5.8%에 달한다. 절반 넘는 매출이 플랜트 사업에서 나온 셈이다.
현재까지 현대엔지니어링은 55개국 710개의 플랜트 사업 추진으로 축적된 노하우와 차별화된 수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2045 탄소중립 로드맵'을 공개했다. 탄소 중립을 위한 회사의 목표 및 주요 탄소 감축 방안과 '기후변화 재무정보 공개(TCFD)' 지지 선언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사업장 운영 효율화 및 연료전환, 재생에너지 전환, 밸류체인 협력 강화, 친환경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여 단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탄소 흡수·상쇄를 통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초소형 모듈 원자로(Micro Modular Reactor, MMR), 모듈러 공법, 전기차 충전소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2023년에는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여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현대엔지니어링은 친환경 기술개발과 사업 영역을 확대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창조하는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