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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李 ‘고신용자=고소득자’ 인식 우려스럽다

홍석경 금융부 차장
홍석경 금융부 차장
올해 제도권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대부업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한 뒤 대부업권의 업황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무려 112만 명에 이른 이용자는 지난해 말 70만8000명으로 감소했고, 등록된 대부업체도 8650곳에서 8182곳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부업 대출 잔액은 14조6429억 원에서 12조3348억 원으로 감소했다. 대부업체들은 업황 악화에 대응해 담보대출 취급 비중을 늘리는 반면, 신용대출은 지난해 말 39.8%로 40% 지지선마저 무너졌다.

이와 함께 불법 사금융 피해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2021년 9238건이던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지난해에만 1만4786건을 기록해 약 1.6배 늘었다. 올해 1~7월에도 9465건이 신고돼 전년 동기(7882건) 대비 약 20% 급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조짐이다.

서민금융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법정 최고금리 제도’가 지적된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과 업계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서민금융 시장에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고금리 인하가 겉보기에는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저신용자의 제도권 금융 접근성을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을 보면 신용평점 하위 20% 저신용자에 대한 신규 신용대출 공급액은 최고금리 인하 흐름과 맞물려 감소하는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최고금리를 20%로 낮추기 직전인 2020년 발표에서 약 3만9000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최고금리 인하는 이후 대부시장 내 구조 변화를 촉발해 경쟁을 위축시켰고, 과거 개인 중심의 소규모 대부업자는 빠르게 줄어든 반면 대형 법인 대부업자는 오히려 수를 늘리며 시장을 장악했다. 살아남은 업체들은 줄어든 이자 수익을 메우기 위해 대출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이 때문에 대부업 시장은 소수 대형 업체 위주로 재편됐고, 소비자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민간의 대출 공급 기능이 약화되자 정부는 저신용자 대상 정책 서민금융 공급을 지속해서 확대해 왔지만, 경기 악화로 최근 연체율과 대위변제율이 상승하면서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고금리 인하가 계속될 경우 저신용층의 대출 공급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면서 “민간 금융회사의 공급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연일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은 얼마 전 해법을 제시했다. 고신용자 대출금리를 인위로 조금 올려서 그 재원을 저신용자 대출금리 인하에 쓰자는 제안이다. 전형적인 ‘위험기반 가격원칙’에 위배되는 방안이다. 신용이 나빠도 싸게 빌리고, 신용이 좋아도 비싸게 빌리자는 주장이다. 비정상인 구조일 뿐만 아니라 저신용자들이 더 낮은 금리를 주는 금융회사만 찾게 되면서 포트폴리오 위험이 가중될 게 뻔하다.
서민금융이 안 되는 이유는 이미 답안이 명백하게 나와 있다. 내야 할 돈을 내지 않고 대출을 받게끔 제도로써 강제해 놨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원가 고려 없이 제품을 싸게 팔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가뜩이나 고강도 대출 규제와 경기 침체로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상황에서 혹여 대통령의 인식이 기름을 붓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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