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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물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착하다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8장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맑은 샘이건 더러운 시궁창이건 가리지 않고 흘러가 그곳을 적셔 말라 죽어가는 초목을 살리고 새 생명도 탄생시키며 길러도 준다. 온 누리에 자연을 낳고 기르는 덕을 차별 없이 베푼다. 착한 짐승, 악한 짐승을 가리지 않는다. 사람을 살리는 약초, 사람을 죽이는 독초도 가리지 않으며 신분이 천하건 귀하건 차별하지 않고 고루 마시게 하여 목숨을 이어가게 한다.

또 거칠지 않고 한없이 부드러워도 꺾이지도 않으며 다이아몬드를 자르니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 거기다가 높이 오르려고도 하지 않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가 그곳을 정화해 꽃을 피운다. 거기다가 막히면 돌아가고 다투지 않으므로 세상에서 가장 겸손하고 지혜롭다.
도를 얻은 성인이 바로 물과 같다. 물처럼 성품이 부드러워서 다투지 않으며 원한을 사지도 않으며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다. 항상 물처럼 덕을 베풂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위로 한다. 성인의 성품이 이러하므로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것은 물과 같다. 물이 착하다 함은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않기 때문이다." 또 말하기를 "마음은 연못처럼 깊고 고요해야 하며 줄 때는 착하고 인자해야 한다. 말은 믿음이 있어야 하고, 일에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움직일 때는 때를 알아야 하며 그중에서도 물처럼 다투지 않음이 가장 훌륭하다"라고 하였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마음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마음이 깊지 못하면 경망되어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매사에 덤벙대서 실수와 실패를 거듭한다.

연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타인에게 베풀 때는 아무렇게 해서는 안 되며 겸손해야 한다. 한마디 말이라도 믿음이 없으면 신용을 잃고 타인으로부터 배척당한다. 그리고 일을 도모함에는 당연히 능력이 있어야 하지만 더 중한 것은 시와 때를 알지 못하면 실패한다. 봄에 심어야 할 씨앗을 여름에 심으면 씨앗이 썩거나 싹을 틔워도 잘 자라지 못하고, 가을에 수확할 곡식이나 채소와 과일을 겨울에 거두면 얼어붙어서 먹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가정이나 사회 단체, 나아가 나라를 다스리는 자가 올곧게 처신하지 않으면 가정과 사회를 망치고 백성을 혼란에 빠뜨려서 나라를 망하게 한다. 이러한 모든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처럼 부드럽게 다투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갖가지 지혜 중에 가장 귀하게 행해야 할 지혜가 바로 물처럼 무위로 위하고 낮은 곳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할 바 진정한 도리로서 의로움이 아니겠는가?
그러함에도 욕망에 가득 찬 몰상식한 자들이 권력 다툼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시기와 모함과 배신과 사보타주(sabotage)로 바른 것을 파괴하는 교활한 간신배가 득세하는 요즘 세상이 한탄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추위가 최고조에 이르면 봄이 오기 마련이듯 무엇이건 극에 이르면 천지의 도는 반드시 반전을 일으키는 법, 굽은 것은 바르게 되고, 파인 것은 메워지고, 더러운 것은 맑아지고, 시끄러운 것은 고요해지기 마련이다.

노자는 말했다. 불의하고 불충한 자가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서야 충신이 나타나 천하를 바로 세운다고! 조선 중엽 난신적자가 득세하여 나라가 피폐해지자 임진년에 일본 군사가 쳐들어와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임금과 권력자들은 도망가고 백성들은 남부여대해 뿔뿔이 흩어지자 그때야 우국 충신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왜군을 몰아내고 나라를 안정시켰다. 그 당시 분연히 일어선 충신이 바로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권율 장군 그리고 곽재우, 정기룡 장군을 필두로 수많은 백성이 봉기하여 나라를 구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러할 때다. 정의의 횃불을 높이 든 충신이 불연히 일어나 온 백성과 함께 나라를 안정시키게 될 것이다. 그리하는 것이 바로 천지의 도이니까!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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