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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반도체 슈퍼사이클 온 지금이 소부장 육성 골든타임

박상휘 산업부 차장.이미지 확대보기
박상휘 산업부 차장.
메모리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로 메모리 수요와 가격이 함께 뛰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고, 정부는 호황이 만든 추가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에 재투자하겠다며 '미래대응기금'까지 꺼냈다.
하지만 완제품 업체의 호황만으로 산업의 체력을 담보할 수는 없다. 장비·소재·부품을 쥔 소부장이 흔들리면 슈퍼사이클도 외부 변수에 발목 잡힌다. 공급망 불안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온기가 있을 때 뿌리를 키워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방향은 잡았다. 대기업의 호황을 협력사로 흘려보내려는 취지다. 수요 기업과 금융기관, 정부 출자 약 1조 원을 합쳐 5조 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소부장의 확대와 강화를 뒷받침하고, 협력사 우대금리와 한도 확대를 위한 5조 원 규모 상생 무역금융도 가동한다.

평택·용인 팹의 조기 완공과 동남권 소부장 거점 육성도 함께 추진한다. 납품대금 연동제 확대와 2030년까지 반도체 인력 10만 명 양성 계획, 특성화대학원 확대도 담겼다. 특히 기술 개발에서 그치지 않고 실증·양산까지 지원 범위를 넓힌 점이 의미 있다. 소부장 기업이 공급망에 들어가려면 대기업 라인에서 성능을 검증받고 양산 경험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현재는 좋은 참고서이자 경고다. 일본은 완제품 경쟁에서는 밀렸지만 소부장에서는 여전히 강하다. 도쿄일렉트론은 포토레지스트 도포·현상 장비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며, AI 특수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전망을 4580억 엔(약 4조 원)으로 상향했다. 지난 회계연도에는 순이익과 잉여현금흐름이 모두 사상 최대였고, 5년간 1조5000억 엔(약 13조 원)의 연구개발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국책 파운드리 라피더스에 누적 2조3530억 엔(약 20조 원)을 지원하며 내년 2나노 양산이라는 시험대까지 마련하고 있다. 라피더스가 양산에 성공하면 자국 장비·소재 업체의 일감도 함께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강한 소부장 위에 첨단 공정 수요까지 얹겠다는 전략이다.

우리 소부장은 메모리 업황에 기대는 '천수답'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상반기까지 제조사 주가 급등에서 소외됐다가 하반기 신규 팹 가동과 설비투자 확대의 낙수효과가 가시화되는 것도 이 구조를 보여준다.

이를 벗어나지 못하면 호황의 과실은 소수 대기업에만 머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펀드와 금융이 현장에 빠르게 닿는 집행력, 대기업의 공동 검증과 구매 연계를 통한 초기 수요 보장, 그리고 글로벌 팹의 검증을 통과하는 고객 다변화다.
소부장은 한 번 공급망에 들어가면 쉽게 교체되지 않는 만큼 선점 효과가 크다. 일본이 수십 년간 쌓은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금과 수요, 정책 의지가 한꺼번에 모이는 때는 흔치 않다. 슈퍼사이클은 영원하지 않다. 호황이 끝난 뒤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이 소부장 육성의 골든타임이다.


박상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park03@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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