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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압·주파수 스스로 잡고 정전엔 복구…그리드포밍에 업계 잰걸음

재생에너지·AI 확산에 계통 안정성 부상…ESS·마이크로그리드까지 확장
LS ELECTRIC 관계자가 홋카이도에 설치된 전력망 연결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LS일렉트릭이미지 확대보기
LS ELECTRIC 관계자가 홋카이도에 설치된 전력망 연결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LS일렉트릭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 증가로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하고 보내는 것을 넘어 전압과 주파수를 스스로 유지하고, 정전이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계통을 다시 일으키는 ‘자율 전력망’ 기술 확보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과 한국전력은 배전망의 전압과 주파수를 자체적으로 형성하는 ‘그리드포밍(Grid-Forming)’ 기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양사는 국내 실증을 거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공동 사업화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드포밍은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버터 기반 분산전원이 전력망의 전압과 주파수를 스스로 형성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기존 ‘그리드팔로잉(Grid-Following)’ 방식이 이미 형성된 전압과 주파수를 따라 작동했다면, 그리드포밍은 인버터가 직접 기준을 만들어 계통의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전력망에서는 원전과 화력 등 대형 발전원이 전압과 주파수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태양광·풍력과 ESS 등 인버터 기반 설비가 빠르게 늘면서 분산전원 스스로 계통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배전용 그리드포밍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다.
LS일렉트릭과 한전은 대규모 정전 때 자체 비상전원으로 계통을 신속하게 재가동하는 ‘블랙스타트’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기술도 함께 개발한다. 전력망 상태를 실시간 감시·제어하는 스마트 변압기 연구도 병행한다. 발전량을 늘리거나 송·배전망을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통 자체의 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적용 범위도 배전망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현재 개발은 배전망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다양한 전력망과 수요처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처럼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전력 품질이 중요한 대규모 수요처에도 향후 활용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도 안정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규모 전력을 24시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량 확보와 함께 전압·주파수 변동이나 정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력기기 업체들의 사업 영역도 변압기와 차단기 등 개별 설비 공급에서 계통 전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으로 넓어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뿐 아니라 ESS, 마이크로그리드, 무효전력보상장치(STATCOM) 등을 아우르는 통합 전력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 2곳으로부터 총 3865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용 초고압변압기를 수주했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와 대규모 전력 수요가 동시에 증가할수록 전력망 안정화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기기 시장의 경쟁도 개별 설비의 공급 능력을 넘어 전력 생산·저장·변환과 계통 안정화를 하나로 묶는 기술력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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