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노 "이재용 회장이 직접나서 입장 밝혀달라" 요구
합의 불발로 노사모두 부담 떠안아
합의 불발로 노사모두 부담 떠안아

전삼노는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이 총파업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4년 전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폐'와 노동 3권 인정을 이야기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노사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지난 3월 서초(사업지원TF)에서 사측이 약속한 휴가제도 개선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면서 "그로 인해 이번 파업이 파생된 것이기에 파업의 책임은 전적으로 사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전삼노 측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성과급 인상률 2.1% 포함 시 5.6%) △노동조합 창립 휴가 1일 보장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다.
앞서 삼성전자노사는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3일에 걸쳐 집중교섭을 진행했다. 양측은 노조 요구안의 대부분을 수용하는 방안으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협상 막판 전삼노가 "노조원들에게 삼성 패밀리넷(임직원 대상 삼성전자 제품 구매 사이트)에서 사용이 가능한 '200만 포인트'를 지급해달라"는 요구에 삼성전자가 동의하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삼노는 노조활동으로 일을 하지 못해 수입의 타격을 입은 노조원들의 임금을 보존하기 위해 이 같은 요구를 했고 삼성전자는 비노조원과의 형평성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 중이기도 하다.
합의가 거의 확실시 됐던 삼성전자노사 문제가 협상이 결렬되면서 삼성전자와 전삼노 모두 부담을 떠안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없다"고 밝히는 등 생산차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을 불식시키기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를 비롯해 해외시장 등에서 삼성전자의 노사문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가중되고 있다.
전삼노도 합의 불발로 향후 협상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삼노가 3일간의 집중교섭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삼성전자 대표 노조로써의 지위를 보장받는 것은 5일까지이기 때문이다. 5일 이후에는 다른 노조가 삼성전자의 대표노조로써 삼성전자와 협상을 진행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삼노는 이를 우려해 대표교섭권에 관한 각 노조의 의견을 사전 타진하는 등 사전작업을 벌여왔지만 삼성전자 동행 노조 등이 전삼노를 비판하는 등 노조간 의견도 서로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4 파리 올림픽' 참관 등을 위해 유럽 출장 중이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