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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2030년까지 336조원 시장”…조선업계 ‘무인선박’에 사활

자율운항선박, 조선‧해운시장 미래 주도할 ‘게임 체인저’
日‧EU‧中 거센 추격 속 국내 조선 빅3 기술 초격차 유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선원 부족 극복할 유일 대안 부각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3-05-24 06:30

2022년 7월 12일 오후 인천 중구 왕산 마리나에서 열린 ‘아비커스 레저보트 자율운항 시연회’에서 아비커스 2호가 자율 시범운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7월 12일 오후 인천 중구 왕산 마리나에서 열린 ‘아비커스 레저보트 자율운항 시연회’에서 아비커스 2호가 자율 시범운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조선업계가 차세대 조선‧해양산업 패권을 자율운항선박, 나아가 무인선박 기술개발 경쟁에 과열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것은 시장 확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해운시장의 미래를 주도할 키워드는 △스마트 선박 △자율운항선박 △무인선박으로 대표된다.
스마트 선박은 선박에 첨단 기자재와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적용하는 포괄적 의미를 가진 지능형 선박이다. 현재 새로 건조되는 선박과 개조 과정을 거친 선박 등에 활용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기존 선박에 ICT, 센서, 스마트 기술 등을 융합해 선원이 수행하던 역할을 시스템이 대체해 최소 선원만으로 운항이 가능한 선박을 말한다. 그리고 스마트 선박과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통합한 궁극적인 지향점이 바로 사람의 개입 없이 운항할 수 있는 완전 자율운항선박인 무인선박이다.

자율운항선박 자체만으로도 전기자동차 못지않은 시장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의 규모가 2015년 544억 달러(약 72조원)에서 오는 2030년 2541억 달러(약 33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과 궁극적으로는 전기 추진 선박 개발과도 연동된다. 선박시스템과 통신, 보안, 환경, 항만, 물류 등 서비스 시장에까지 미칠 파급력을 고려하면 자율운항선박은 조선‧해운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다.

글로벌 조선‧해운업계가 자율운항선박 개념을 도입해 연구개발(R&D)에 착수한 것은 오래전부터다. 한국에 밀려 조선 후진국으로 전락한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자율운항 기술을 통해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일본은 2022년 2월 연안 항로용 소형 컨테이너선의 무인 자율운항에 성공했고, 노르웨이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선박설계 등에 투자해 승객 운송·연안·화물 운송 등 선도적인 다목적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중국도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조선업계는 한발 더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빅3는 그동안 쌓아 올린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자율운항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 큰 방향으로 ‘자율운항 솔루션’과 ‘선박 건조’ 두 부문에 걸쳐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조선업계에서는 빅3의 관련 기술 수준을 국제해사기구(IMO)가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를 위해 구분한 4단계 운항 수준 가운데 2~2.5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한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하지만, 원격제어가 가능하다. 3단계에선 선원 없이 원격제어를 한다. 마지막인 4단계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를 비웃듯 빅3는 내년 ‘완전 자율운항 기술’의 세계 첫선을 앞두고 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HD현대다. 그룹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인 아비커스는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와 자율접안 솔루션 하이바스(HiBAS)를 고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이나스1.0은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1단계 솔루션이며, 하이나스2.0은 원격제어까지 가능하다. 최적 경로와 항해 속도를 생성하고 AI가 날씨·파고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조타 명령까지 제어한다. 하이바스는 이·접안 지원 시스템이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을 자율 운항해 태평양을 횡단했다.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콩스버그와 17만4000㎥급 차세대 자율운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 프로젝트 협약(JDA)을 체결했다. 콩스버그는 선박에 탑재하는 자동화·항해 시스템 및 디지털 솔루션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자율운항 시스템 ‘SAS’에 콩스버그의 기술력을 더함으로써 자율운항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목포해양대학교의 9200t급 대형 실습선인 ‘세계로호’를 활용해 △전남 목포 서해상에서 출발해 △남해 이어도와 제주도를 거쳐 △동해 독도에 이르는 약 950㎞ 거리를 자율 운항하며 실증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도 자체 스마트 선박(smart ship) 솔루션 ‘DS4’를 개발해 시험선 ‘단비(DAN-V)’로 자율 운항을 시험 중이다. 지난해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선박 해상 시험에 성공했다. 한화그룹의 계열사들과도 손을 잡아 해당 기술 개발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각오다.

중장기 미래 기술 개념으로 설정해 기초 수준의 개발 단계에 머물던 자율운항 기술 개발이 탄력을 받은 것은 2010년대 후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부터 실제 운항에 적용할 수 있는 성과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유는 ‘사람’이었다.

해운업계는 선박을 운영하면서 ‘휴먼 에러’라 부르는 인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휴먼 에러에는 선원 등 인력 부족을 보완하거나 선박 탑승 장애나 사고 가능성을 미리 감지해 신뢰성을 제고하고, 업무 효율화를 통해 유지·보수 비용을 최소화한다. 또 연비 등 소요 에너지 최적화로 환경 규제에도 대응하는 등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것들이 포함된다.

선박 건조 기술의 고도화로 한 달여 넘는 기간 대양을 오가는 대형 선박에 탑승하는 선원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업계 종사자 수의 감소로 인력 부족 현황도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세계 각국이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선원들의 이동이 제한되자 모든 선사가 선원 구인난을 겪었다.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율운항선박 또는 무인선박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 관련 시스템 실증이 성공하면 항해사는 물론 기관사·갑판원의 도움 없이 장시간 운항이 가능한 대형 상선 분야 세계 첫 ‘무인선박’ 개발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를 통해 글로벌 1위 조선사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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