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후 번호이동 지속 증가
지금까지 26만여 명 번호이동
신규가입 중단 여파 이어질 듯
알뜰폰 가입자 증가 '반사이익'
지금까지 26만여 명 번호이동
신규가입 중단 여파 이어질 듯
알뜰폰 가입자 증가 '반사이익'

SKT는 2300만 명에 달하는 고객의 유심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유의 해킹 사고를 겪었다. 해커는 고도화된 백도어 악성코드를 이용해 가입자 서버(HSS)에 침투, IMSI·IMEI·유심 인증키 등 민감 정보를 빼갔다. 사고 대응 과정에서 신고 지연 논란까지 불거지자 SKT는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라는 오명을 썼다. 이 사태로 SKT는 하루 만에 3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등, 평소 대비 170배에 이르는 이탈이 발생했다. 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유심 무상교체 등으로 인한 재무적 부담(최대 약 1000억원대 실적 감소 예상)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SKT 해킹 여파는 알뜰폰(MVNO) 시장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서비스(KB리브모바일, 우리WON모바일) 신규 가입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우리WON모바일은 출시 3주 만에 약 1만 명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KB리브모바일도 최근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해 현재 약 43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기타 다른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 또한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편의점 알뜰폰 유심 매출은 일주일 만에 2~7배 급증했고, 일부 품목은 품절되기도 했다. 특히 LG유플러스의 알뜰폰 플랫폼 ‘알닷’은 1년 만에 가입자 30만 명을 돌파하며 업계 1위에 올랐다.
알뜰폰 사업자가 많고 가입자가 급증하자 알뜰폰 가격비교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600여 가지 요금제를 비교해주는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전용 플랫폼 '알닷'은 비대면 셀프 개통 등 특화 서비스로 젊은 층과 외국인, 미성년자까지 흡수해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30만 명을 넘겼다.
데이터 비즈니스 기반의 IT서비스 전문기업 유컴패니온그룹도 자회사 유테크온을 통해 휴대전화 요금 비교 서비스 '세모통'을 론칭했다. 세모통은 알뜰폰과 MNO 3사까지 약 2000가지 요금제를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게 해 통신비가 부담스러운 젊은 층을 대상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알뜰폰 중개 플랫폼 모요도 지난달 말 기준 사이트 일간 방문자 수가 해킹 사태가 발생하기 전보다 261.3%나 증가했으며, 신규 개통 신청 건수도 전월 동기간 대비 338.6%나 늘었다.
KT의 유통망을 담당하는 KTis 역시 KT 알뜰폰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SK텔레콤 이용자의 번호이동 수요 일부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SKT 해킹 이후 26만여 명이 번호이동으로 SKT를 떠난 만큼 SKT를 제외한 다른 통신사업자들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오랜 기간 불변이었던 '5(SKT):3(KT):2(LGU+)'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SKT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하는 등 초강수로 시장 안정에 나섰고, 이통 3사와 MVNO 모두 보안체계 강화에 나섰다. 현재로서는 데이터 양이나 요금제 가격보다 '보안'이 최고의 모객(募客)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KT는 유심보호서비스 무료 제공, 전국 2600여 매장에서 유심 무상교체 등 대책을 내놨으나 당장 공급이 부족해 SKT 이용자의 이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현재 약 950만여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알뜰폰 업계는 SKT 해킹 사태로 인해 올해 목표로 삼은 '가입자 1000만 명 돌파'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