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5% 증액 요구…방위비 산정 기준 재조정 타진
사상 최대 143조 엔 총예산 요구…국채 40조 엔 발행 상한 고수
현행 9조 엔 방위비 예산 대비 15조 엔 부족…회계상 수치 채우기 부상
사상 최대 143조 엔 총예산 요구…국채 40조 엔 발행 상한 고수
현행 9조 엔 방위비 예산 대비 15조 엔 부족…회계상 수치 채우기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통신은 10월 22일(현지시각)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일본 정부 관계자 5명의 입을 빌려 이 같은 구상을 전했다. 일본은 세계 주요 경제국 가운데 국가 부채 규모가 가장 크고, 대규모 예산 요구와 추가 채권 발행 제한이라는 안팎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방위비의 대외적 증액 압력을 회피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방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보 예산 산정 기준의 재분류
미국은 안보 동맹국들을 상대로 방위비를 GDP의 3.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을 지속해서 촉구하고 있다. 일본은 사상 최대 규모의 지출 요구와 국채 발행 억제라는 모순된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어 실제 군비 증액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안보 관련 지출 항목을 다시 규정하려는 시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들여다보는 지출 분야는 인공지능(AI), 인공위성, 연구개발(R&D), 항만과 철도를 포함한 주요 사회기반시설이다. 무기를 직접 사들이는 전통적 국방비뿐 아니라 국가 기간망 정비와 첨단 기술 연구 비용까지 안보 지출로 묶겠다는 취지다. 한 관계자는 핵심 사안이 해당 지출 가운데 얼마만큼을 방위 관련 비용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이번 움직임은 현행 군비 예산 틀 안에서 수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정적 대안으로 풀이된다. 군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민간 인프라와 기술 투자를 안보 회계에 포함하면 세출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고도 서류상 방위비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당국은 해당 항목들의 산입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
15조 엔 격차와 국채 발행 한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감세 추진과 대규모 재정 지출 구상은 부채 증가 우려를 낳으며 국채 시장을 흔들었다. 다음 회계연도 총예산 요구액은 143조 엔(약 9100억 달러)을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채권 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다카이치 총리는 재정 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 발행을 약 40조 엔 수준으로 묶어두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의 현재 경제 성장 전망치를 적용하면 GDP 3.5% 수준을 맞추기 위해 방위비로 연간 약 24조 엔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현재 회계연도 예산에 배정된 국방비 약 9조 엔과 비교해 15조 엔가량 많은 액수다. 실제 무기 체계 획득이나 부대 운용을 위해 이 정도 재원을 단기간에 추가 조달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현행 예산과 미국 측 요구 사이의 막대한 격차가 지출 재분류라는 우회로를 낳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수 증대가 제한적인 상태에서 국채 발행 상한선마저 묶여 있어 기존 사회기반시설 예산의 이름을 바꿔 다는 방안이 가장 손쉬운 선택지로 거론되는 셈이다.
수치 충족과 실질 전력의 괴리
미노루 키하라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방위비 지출 수준이나 관련 지출에 관한 공식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키하라 장관은 중요한 기준이 예산 금액 자체가 아니라 방위력의 실질이라고 말했다. 대외적인 목표치 달성과 실제 방위력 강화 사이에서 정부 내부의 셈법이 복잡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계상 지출 기준을 넓히는 방식은 서류상 수치를 맞추는 편법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억지력 증강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로와 철도를 보수하고 민간 통신 위성을 띄우는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즉각적인 군사 전력 강화로 이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내에서 안보 지출의 인정 범위를 어디까지 합의할지와 채권 시장의 반응이 향후 정책 추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채 발행 한도라는 재정적 족쇄 속에서 추진되는 예산 재편이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실질적인 안보 역량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주요 쟁점이다.
최삼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syis@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