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결권 신주 발행으로 자금 확보·경영권 희석 방지…내년 1월 거래 시작
부유세 우려에 캘리포니아 8년 잔류 합의…3분기 설비투자 350억달러
부유세 우려에 캘리포니아 8년 잔류 합의…3분기 설비투자 350억달러
이미지 확대보기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가 인공지능(AI)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무의결권 주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주주의 의결권을 희석하지 않고 자본을 조달하면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권도 유지할 수 있도록 주식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그 대가로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 부유세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향후 8년간 회사 본사가 있는 지역에 거주하기로 합의했다.
메타가 저커버그 CEO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AI 사업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무의결권 신주를 도입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추진하는 억만장자 부유세를 피하기 위해 저커버그가 거주지를 다른 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뤄졌다.
메타 이사회 특별위원회는 저커버그가 경영권을 유지하고 회사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 계속 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메타는 저커버그가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하더라도 의결권을 잃지 않도록 새로운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기로 했다.
동시에 메타가 향후 AI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때 저커버그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문제도 해결하는 구조다.
◇무의결권 C형 주식 신설…AI 투자자금 조달
메타가 새롭게 도입하는 주식은 의결권이 없는 C형 보통주다.
기존 A형과 B형 주식 보유자들에게 보유 주식 1주당 C형 주식 1주를 추가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메타는 이를 통해 주식 수를 두 배로 늘리는 주식분할을 실시하고 내년 1월부터 새로운 주식이 거래되도록 할 계획이다.
새로 발행되는 C형 주식에는 주주총회 의결권이 없다.
따라서 메타가 C형 주식을 추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기존 A형과 B형 주식의 의결권 비율은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메타가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필요할 수 있는 대규모 신주 발행에 대비한 조치이기도 하다.
메타가 미국 금융당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AI 관련 사업 확대를 위해 향후 수년간 수천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금은 AI 경쟁력 강화와 성장 유지, 관련 인프라 확대, 새로운 전략사업 추진 등에 필요하다.
메타는 AI 산업의 전환기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 규모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주식구조는 이러한 투자자금을 확보하면서도 창업자의 의결권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저커버그 의결권 약 61%…주식 매각해도 경영권 유지
저커버그는 현재 차등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통해 메타 전체 의결권의 약 61%를 보유하고 있다.
메타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 기준 그의 의결권 비율은 약 60.6%였다.
그는 새로운 무의결권 주식을 활용하면 자신의 경제적 지분 일부를 현금화하면서도 의결권에 기반한 경영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FT에 따르면 이번 구조는 저커버그가 장기적으로 보유 지분의 최대 절반에 해당하는 경제적 가치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저커버그는 새로 배정받는 C형 주식의 20%를 발행 이후 매각할 수 있다.
이로써 캘리포니아 부유세가 도입될 경우 의결권 있는 기존 주식을 대량 매각하지 않고도 세금 납부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저커버그가 주식 매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향후 실제 매각 물량과 주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조치는 메타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면서 그가 보유 주식의 일부를 처분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지배구조 합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부유세 5% 추진에 이주 검토…8년 잔류 약속
새로운 주식구조를 둘러싼 협상의 중요한 배경에는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 부유세 도입 논란이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11월 3일 주민투표를 통해 자산이 10억달러(약 1조3223억원)를 넘는 주민에게 순자산의 5%를 일회성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저커버그도 막대한 세금 부담을 안을 수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저커버그의 순자산은 약 2460억달러(약 325조3000억원)로 세계 다섯 번째 부자다.
메타가 제출한 공시자료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부유세 도입 가능성 때문에 캘리포니아 밖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사회 특별위원회에 알렸다.
저커버그가 회사 본사가 있는 지역을 떠날 경우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이사회가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특별위원회와 저커버그는 장기간 협상을 진행했다.
메타는 공시자료에서 이 협상이 길게 이어졌으며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양측은 새로운 주식구조를 도입하는 대신 저커버그가 향후 8년간 캘리포니아 또는 메타 본사가 있는 지역에 거주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다만 캘리포니아 부유세는 아직 주민투표를 통과하지 않았으므로 실제 과세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메타 3분기 매출 26% 증가…AI 투자에 현금흐름 악화
메타의 주식구조 개편은 AI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
메타가 발표한 올해 3분기 매출은 646억달러(약 85조42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이는 회사가 제시했던 매출 전망치 610억~640억달러(약 80조6600억~84조6300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633억달러(약 83조7000억원)도 넘어섰다.
3분기 순이익은 99억달러(약 13조900억원)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청소년 정신건강 피해와 관련해 미국 주 정부들과 지난 8월 합의한 사건의 비용 99억달러가 반영됐다.
별도로 뉴멕시코주 법원은 21일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사건과 관련해 메타에 250억달러(약 33조600억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관심은 매출 증가 못지않게 대규모 AI 투자에 집중되고 있다.
메타의 3분기 설비투자는 350억달러(약 46조2800억원)에 달했다.
회사는 올해 전체 설비투자 규모가 최대 1450억달러(약 191조7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막대한 투자로 현금흐름도 악화됐다.
메타의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1억달러(약 2조7800억원)를 기록했다.
FT에 따르면 메타의 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적어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AI 투자에 막대한 현금이 투입되는 가운데 무의결권 신주 발행은 회사가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투자 성과 가시화…신주 도입에 주주 반발 가능성도
메타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AI 서비스의 사용자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 출시한 개인용 AI 비서 '뮤즈'는 미국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출시 이후 대부분의 기간 동안 무료 앱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 서비스는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식료품 주문과 여행 예약 등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일부 사용자에게는 이달 공개한 최신 AI 모델 '뮤즈 원더'가 적용된다.
메타는 이 모델이 일부 작업에서 앤스로픽과 오픈AI의 경쟁 모델에 필적하는 성능을 갖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AI 투자 성과가 나타나는 가운데 새로운 무의결권 주식 도입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일부 주주들은 창업자가 경제적 지분을 매각하면서도 의결권을 유지하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클라우드플레어의 투자자들은 창업자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무의결권 주식 도입에 반대하며 델라웨어주에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메타도 지난 2017년 유사한 주식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소액주주들의 소송으로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주주들은 저커버그의 경제적 지분과 경영 지배력 사이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이번 주식구조 개편이 저커버그의 캘리포니아 잔류를 확보하는 동시에 메타의 대규모 AI 투자자금 조달을 뒷받침하는 조치라고 보도했다.
다만 무의결권 신주 발행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주들이 새로운 지배구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